사설

[사설]나라 전체 채권 시장 흔들고 있는 ‘레고랜드 사태’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보증 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 시장 불안이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자 급기야 대통령까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나섰다. 채권 시장 자금 경색 상황을 불러온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우리 채권 시장과 기업어음(CP) 시장에 일부 자금 경색이 일어나서 어제(23일) 정부에서 대규모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며 “오늘부터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가 뒤늦게 지급보증을 이행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지만, 최악으로 치달은 투자심리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채권 시장에서 시중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커지고 있다.

강원도의 적폐 이슈에 머물던 레고랜드가 나라 전체 채권 시장까지 뒤흔들자 네 탓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임 최문순 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를 통해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GJC는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강원도는 이를 지급보증했다.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것이 시발점인 셈이다. 하지만 채권 시장 불안과 자금 경색의 책임을 모두 최 지사에게 돌릴 수는 없다. 지난달 김진태 지사가 GJC의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하며 상환이 중단됐고, 이 ABCP는 부도 처리됐다. 중앙정부 못지않은 신뢰도를 지닌 지방정부가 지급보증 의무를 거부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채권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따라서 김 지사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는 파장이 커지자 내년 예산에 레고랜드 보증 채무액을 편성하고, GJC 회생 신청 절차를 밟아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국내 자본 시장은 한 달 가까이 몸살을 앓고 난 후다.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지급보증 약속을 깬 강원도의 보증을 믿고 투자하겠는가. 이번 레고랜드발 지급보증 의무 거부로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도내 지자체에 대한 불신을 낳고 투자 위축과 유동성 경색의 위기를 자초한 탓이다. 지사는 강원도의 발전과 성장을 이끌어 가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다시는 이 같은 실수로 도민들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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