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교실에서 강냉이밥 후후 불어 먹던 시절의 강원도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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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출신 소설가 김도연 산문집 ‘강원도 마음사전’

◇강원도 마음사전

서랍은 ‘빼다지’, 흉내는 ‘숭내’로 이야기하던 시절의 이야기라니, 아껴뒀다가 따끈한 방바닥에 엎드려서 넘겨 읽고 싶다. 이왕이면 분위기 맞춰 등잔불 아래서 읽으면 좋을 테지만, 그런대로 LED 조명 아래 읽어도 재미있다. 강원일보 신춘문예 출신 김도연 소설가가 펴낸 산문집 ‘강원도 마음사전’ 이야기다.

산문집은 평창 대관령에서 태어나 어느덧 중년이 된 작가가 잊혀가는 고향의 풍경과 말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1부 ‘강냉이밥 먹는 꿈을’, 2부 ‘속초의 북쪽 사람들에게’, 3부 ‘소는 가장 하기 싫은 숙제였다’로 나뉘어 작가의 어린 날로 여행을 떠나도록 이끈다. 그 여행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강냉이밥’, ‘갈풀’, ‘달그장’, ‘새뿔’ 같은 새로운 강원도 말을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롭지만 작가의 글솜씨가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김도연 소설가

평창 대관령을 떠나 춘천에서 유학한 그는 춘천 사람들의 말이 참 나긋나긋했다고 한다.

본인 또래 남자들의 말투에 기가 죽었는데, 특히 ‘어디 가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가려웠단다. 그런데 그 말이 왠지 부럽기도 해서 춘천의 어느 골목길을 혼자 걸으며 몰래 따라 해보기도 하고 고향의 친구들에게 그렇게 묻기도 했단다. 웃음이 터지는 이야기다.

이렇게 책에는 찰옥수수를 잘 말렸다가 맷돌에 타개서 지은 강냉이밥을 교실에서 불어 먹던 이야기, 집에서 만든 나무스키를 비알밭에서 타거나 비료포대에 짚을 넣어 썰매놀이를 하던 대굴령(대관령)의 추억 등 작가가 건져 올린 순간이 공유된다.

그의 유년을 따라가면 울타리 주변 앵두나무, 개복숭아나무가 줄지어 있고 개, 소, 닭, 토끼가 한데 어울려 살던 집이 그려진다. 딴짓을 하며 길을 가다 넘어지면 ‘넹게배긴’ 거였고 친구들은 놀구느라(놀리느라) 히히덕거리는, 왠지 모르게 온기가 돌던 시간들이다.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에서 놀다 보면 작가가 가진 삶에 대한 성찰, 세상에 대한 극진한 사랑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고향집에 가면 오후의 햇살이 좋은 뒷마당에 앉아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하는데 당연하게 사라진 풍경도 사라진 말도 함께 따라 나온다. 나에게 집 안과 밖의 말을 처음 알려준, 아직도 고향집을 지키고 계신 부모님께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걷는 사람 刊. 216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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