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동해안에 대규모 저류댐 건설, 이제는 실행력

고질적 물 부족, 국가 차원 전략 사업으로
강수량 의존 지표수 위주 수자원 체계서 탈피
추진 과정 주민 의견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강원 동해안의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가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강릉, 삼척, 고성 등에 대규모 지하수 저류댐 건설 및 연구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강수량 의존도가 높은 지표수 위주의 수자원 체계에서 탈피해 기후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지하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특히 기후변화로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선제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삼척 원덕에는 최대 6만9,000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댐이 145억원의 예산으로 지어지고, 연곡과 남대천 저류댐은 각각 2027년,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고성군은 대형 R&D 사업의 중심지로서 실증 연구에만 353억원이 투입된다. 단순한 물 저장뿐 아니라 지하수 관리기술의 표준을 만들 수 있는 실험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사업은 동해안 지역의 수자원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뜻한다. 지하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원이지만 무분별한 개발은 오히려 수질·수량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사업은 개발을 넘어 체계적인 관리와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R&D와 기반시설 투자가 함께 이뤄지는 구조는 향후 전국 확산을 위한 ‘강원형 모델’로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규모 국책 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사업 간 연계와 지역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강릉, 삼척, 고성은 각각 지형과 수문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접근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댐의 규모, 저장 방식, 활용 주체 등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건설 이후의 운영·관리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지하수는 ‘보이지 않는 자원’이라는 특성상, 관측과 데이터 기반의 관리 없이는 쉽게 고갈되거나 오염될 수 있다. 장기적인 모니터링 체계와 유지관리 예산 확보가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참여도 중요하다. 주민의 물 이용 패턴 변화, 개발 과정에서의 이해관계 조정, 수자원 보존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뛰어넘는 사회적 과제다. 특히 삼척과 고성 등은 농업·산업용수의 수요도 크기 때문에 공급 위주의 사고가 아니라 수요 조절과 절약 기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국회와 지역 정치권이 예산 확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도 고무적이다. 사업의 초석이 된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지원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 단발성 성과 홍보로 그칠 것이 아니라 ‘물 걱정 없는 강원도’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사업 전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점을 반영하는 유연한 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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