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지방자치 제대로 가려면

심영곤 강원도의회 운영위원장

민주주의는 지방자치로 완성된다. 지방자치를 풀뿌리민주주의라고도 한다. 그런 작명에는 중앙집권의 엘리트 위주 정치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견수렴을 도모하기 위한 뜻이 담겨있다. 즉 시민들의 의사를 정치에 직접적으로 반영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삶을 발전시키기 위한 참여민주주의가 지방자치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와는 다른 섬세한 작동원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법과 제도가 운용의 중심축이다. 이 중에서 주민들을 늘 만나고 있는 지방의원들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자체의 정책결정, 예산편성에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핵심일 것이다.

바로 이 과정-정책결정과 예산편성-에서 이른바 ‘정치’가 발생한다. 주민, 지역, 이념과 진영 간에 의견과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주민 지방의원 집행부 등 지방자치 주체들 사이의 논쟁과 타협을 거치면서 이견이 해소되고 진일보한 정책과 예산편성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지방정치가 종종 진영논리에 휘둘리고 당리당략에 매몰되기도 했었다.

바로 이런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해법이 다수결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의해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소수에 대한 배려와 사회통합이라는 더 높은 목적을 위해 끝없이 토론하고 합의하는 것이 다수결보다 우선돼야 한다. 토론과정에서 갈등,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합의한다. 이때 다수는 포용하고, 소수는 절차적 정당성을 인용한다.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한걸음씩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강원도의회의 일부 도의원들이 필리버스터식 ‘5분 발언’과 의사진행발언으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개진했었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말초가 아니라, 주민의견을 충실히 대변해야한다는 본령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를 다시 해본다.

지자체는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없기에 예산편성, 조례제정에서 핵심역량이 드러난다. 바로 그 예산편성에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데 과거 도정에서는 도지사의 정치적 필요와 정파적 판단이 우선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도민을 위해 써야할 혈세가 오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는 오로지 주민만을 보고가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만큼은 정파의 차이도, 이념과 사상의 차이도 넘어서야 한다. 지방자치는 민생, 주민의 살림살이를 현장에서 챙긴다. 정치논리에 함몰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이념과 사상은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한에서만 쓸모가 있는 것이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생각의 포로가 돼서 정치를 한다면 무능과 다를 바 없다. 유연한 사고로 도민행복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이기심은 개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목적에 매몰되면 본인도 쉽게 지치는 것은 물론 타인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지역과 사회에 헌신하겠다는 더 큰 목표를 추구할 때 덜 지치고 격려도 받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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