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3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시_백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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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현(64)
△원주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시 당선자 백숙현씨.

시를 사랑했다.

시의 언저리에서 오래 서성거렸다.

시의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은 채.

베란다 빈 화분에 씨앗이 날아와 뿌리를 내렸다.

싹이 나고 줄기를 세우고 잎이 자랐다.

남천이었다.

폭염에도 혹한에도 끄떡없었다.

키를 높이며 푸른 그늘을 드리웠다.

남천이 오고, 씨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날마다 썼다.

시 쓰는 아침이 얼마나 황홀한지

아침을 기다리며 잠자리에 누웠다.

매일 그 순간을 위해 사는 것 같았다.

사흘간 내린 눈이 하얗게 덮어버린 두타산 골짜기

작은 오두막에서 당선 전화를 받았다.

와닿지 않은 현실에

조금 멍했고, 몹시 기뻤고, 전화를 끊고 나선 가슴이 뛰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까.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두려운 일이다.

부족한 제 시를 읽어주시고 뽑아주신 큰 격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과 사람과 삶이 다르지 않은 시를 쓰고 싶습니다. 파킨슨병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친구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싶습니다.

일 년에도 몇 번씩 집을 나서, 바닷가로 산속으로 모래 들판으로 유목민처럼 떠도는 나를 언제나 자유롭게 보내주고 맞아주는 남편에게, 늘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발랄한 두 딸 예인과 예지, 무심한 듯 다정한 아들 진우에게 감사합니다. 계속 시를 쓰도록 이끌어주신 이성미 선생님 고맙습니다. 은빛 머리카락 소년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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