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새해 여는 교토삼굴의 지혜

김홍규 강릉시장

계묘년 새해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해 첫날 경포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교토삼굴(狡免三窟)-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맹상군(孟嘗君)의 식객이었던 풍훤(馮諼)의 지혜를 떠올렸다. 교토삼굴이란 영리한 토끼는 미리 숨을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뜻으로, 완벽히 대비하여 위기를 면하라는 난세의 가르침이다.

그만큼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위기에 더하여, 강릉만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규제에 발 묶인 관광도시의 한계, 자영업 비중 80%라는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해법은 자명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만이 시민의 삶과 도시의 존립을 지탱한다. 강릉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관건은 기업 유치다. 기업과 투자를 위한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교토삼굴의 첫 번째 지혜가 될 것이다.

그동안 가장 큰 장애물은 지리적 여건이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국토 동단에 위치하니 접근성이 떨어지고 물류비가 부담된다. 지도에서 강릉을 뚝 떼어 옮길 수 없다면, 발상 자체를 바꾸는 교토삼굴의 두 번째 지혜가 필요하다. 기준점은 수도권이 아닌 강릉이다. 바다를 중심으로 놓는다면 강릉은 해양으로 뻗어나가는 한반도의 전초기지가 된다. 민선 8기 강릉시정의 핵심 목표인 「해양실크로드 경제도시」는 바로, 이 ‘강릉 바닷길’의 무한한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상과 항공을 통해 교역이 이뤄진다. 그중 해상운송이 전체 수출입 물동량의 99.8%를 차지한다. OECD는 2030년 글로벌 해양경제 규모가 2조6,000억 달러(약 3,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다를 통한 물류를 잡는 것이야말로 교토삼굴의 세 번째 지혜이다.

민선 8기 강릉은 환동해권 물류 거점도시 건설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 왔다. 옥계항만 개발은 강릉 도약의 초석이다. 옥계항을 독립적인 복합물류항만으로 본격 전환하고, 수도권, 부산, 호남, 제진 등 종횡의 철도물류망으로 연결하면, 양양국제공항의 하늘길(Air-port)과 함께 바닷길(Sea-port), 육상길(Trans-port)을 잇는 트라이포트(Try-port)가 구축된다. 강릉은 수도권과 부·울·경은 물론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일본을 아우르며, 환동해권 물류비를 절감하는 최단거리 거점도시가 되는 것이다.

특히 강릉은 강원도와 함께 테슬라의 전기차 제조공장인 기가팩토리 유치를 추진 중이다. 이번에 아시아에 세워질 공장 규모는 약 130만㎡로, 인근에 항만이 인접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강릉의 옥계항이 적격이다. 옥계항을 중심으로 한 트라이포트와 배후 물류단지, 2026 ITS 총회 개최를 통해 구축되는 최첨단 지능형 교통시스템에, 그간 강원도가 육성해온 이모빌리티산업과 반도체산업까지,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성장을 탄탄히 뒷받침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여기에 올 6월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특례는 테슬라는 물론 여타 기업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 줄 것이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조선업과 자동차, 석유화학산업을 발전시켰던 울산 바닷길, 고(故) 박태준 회장이 세계 최강의 제철소를 일으켰던 포항 바닷길에 이어, 이제 강릉의 옥계 바닷길이 활짝 열릴 차례다. 환동해권 물류와 더불어 탄소중립시대 전기·수소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며 더 크고 넓은 시장을 향해 뻗어갈 강릉의 바닷길이다.

영특한 토끼의 지혜로 위기 극복과 번영의 길을 닦아나갈 계묘년 새해, ‘시작도, 방향도, 목표도 오직 시민’이라는 다짐 속에, ‘해양실크로드 경제도시’의 새 희망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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