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4월 5일 식목일,“산림문화 유산”으로 유지해야

정병걸 前 산림청 부이사관 정선군독림가

따스한 봄날, 많은 사람이 산과 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낮이 길어진다는 춘분(春分), 청명과 입하 사이에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이 윤택하여 진다는 곡우(穀雨) 등 절기마다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현재 기후와 관련된 농업 과학지식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4절기는 여전히 사용되고, 농민에게 중요한 ‘농업 달력’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위 규칙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력 2월, 3월은 온갖 초목들이 새로이 성장을 시작하는 시기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는 ‘삼월은 모춘 이라 청명(晴明), 곡우(穀雨) 절기로다….’ 라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4월 5일은 청명 일로 농가에서는 맑은 물에다 볍씨를 담그고 논과 밭에는 가래질하는 등 본격 농사일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1946년에 정한 청명 일이기도 한 4월 5일 식목일은 올해로 78회째를 맞는다. 일 년 중 이날 정한 이유는 신라가 당나라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달성한 날(677년 음력 2월 25일, 문무왕 17년), 조선 9대 성종이 오늘날의 4월 5일(1493년 3월 10일, 성종 24년) 농림업의 장려를 위해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내며 직접 농민은 밭을 갈았던 날과 일치한다고 알려졌다. 또 이 시기가 나무를 심고 자라게 하는데 일 년 중 가장 적당한 시기로 나름의 역사적, 과학적인 이유로 나무 심는 날로 지정된 것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나무를 심는 시기가 빨라 짐에 따라 일부 국회의원들은 「산림기본법」에 별도 조문을 신설하여 식목일을 3월 21일로 정하고 이때부터 4월 5일까지 식목주간으로 정한다는 법률안을 마련하였다. 2022년 국정감사 시에도 정부 측에 식목일의 조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었다. 특히, 일부 국민들과 여론에서도 현실에 부합하는 식목일로 변경하는 것이 맞다는 쪽으로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필자도 강원도 정선군 해발 700m 이상 고지대에서 산림을 경영하고 있다. 매년 4월 10일부터 20일 사이에 나무를 심고 있으며, 산벚나무의 꽃 피는 시기와 산나물(두릅나무, 음나무, 곤드레나물, 고사리, 고비, 삽주 등) 뜯는 시기가 해마다 2∼3일 빨라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수년이 지나면 상당 일수가 앞당겨진다는 논리이므로 계속해서 식목일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든다. 최근 들어 조림 기술 발달로 가을철에 활엽수 식재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나무 심는 방법과 시기도 다양하다.

식목일을 변경하여 기념하기보다는 봄철 나무 심기 주간에는 한반도 내 지역 특성에 맞게 경제림조성, 큰나무 조림, 지역특화 조림, 밀원수 조림, 미세먼지 저감 조림 등 다양하게 시기에 맞추어 나무를 심고, 4월 5일은 현재와 같이 상징적 의미의 기념일로 역사적 의미를 두어 기념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각 기관, 학교, 주민들과 함께 나무심기를 추진하여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통해 무형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백 년 전부터 조상들의 지혜와 역사, 전통을 계승해온 4월 5일 식목일은 “산림문화 유산”으로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 지구 온난화 등 시대적 현실의 변화만을 이유로 식목일을 변경하는 것은 식목일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져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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