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단상]'감정문자' 이모티콘의 진화

우승순 수필가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 속에 온갖 세상만사가 돌고 돈다. 시사는 물론이고 레저, 건강, 요리, 주식 등 온갖 정보가 범람하고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 전화기능 외에도 컴퓨터, 시계, 사진기, 계산기, 내비게이션, 녹음기, 번역기, 손전등, 나침판 등 수많은 장비가 들어있음에도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 만큼 간편하다.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상상도 못했던 최첨단 도깨비 방망이다.

요즘은 문자의 전성시대다. 휴대폰을 하루만 꺼 놨다 켜보면 길게 목을 뺀 문자나 사진들이 밤새 내린 눈만큼이나 수북이 쌓여있고 일주일이면 웬만한 책 한권 분량쯤 된다. 특히 단체 대화방을 일컫는 소위 ‘단톡방’은 문자로 엿보는 감정의 백화점이고 세상인심의 축소판이다. 유머와 풍자가 있는가 하면 사랑과 다툼도 있고, 무릎을 탁치는 예리한 평설이나 번뜩이는 철학엔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단톡방은 요지경 속의 또 다른 요지경이고 각인각색으로 창작되는 대중문학이다.

문자도 생물처럼 진화한다. 글은 말보다 감정에 덜 휘둘릴 수 있고 문장을 완성하는 동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반면, 말보다 표현의 시공성에 한계성이 있는 문자는 함축에 대한 욕구를 떨쳐버릴 수 없다. 예를 들어 ‘ㅎㅎ’나 ‘ㅋㅋ’ 같이 초성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그렇다. 문자의 이런 진화현상 중 괄목할만한 것이 이모티콘이다. 감정(emotion)과 상징기호(icon)의 합성어인 이모티콘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실감나게 감정을 전달해준다. 특히 충동, 분노 등의 격한 감정을 앙증맞은 이모티콘으로 대신함으로써 흥분을 순화시켜 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

21세기는 공감각의 시대다. 음악에서 색채와 도형을 연상하고 그림을 보고 리듬과 강약을 느껴 작곡을 한다. 이모티콘은 기호에 표정과 몸짓을 디자인하고 거기에 움직임을 가미한 감정문자이며 공감각의 문자다. 처음에는 자판기의 기호를 사용하여 혼란(@_@), 기쁨(^_^), 놀람(*_*) 등 몇 가지로만 표현되던 것이 다양한 캐릭터와 기상천외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언젠가는 감성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인공지능이 이모티콘을 이용하여 판타지소설을 창작할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요지경 세상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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