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자 5천명 넘겨…80여 차례 여진 건물 5천600여 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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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속 전조등 의지해 밤샘구조 사투…비·눈악천후로 난항
尹대통령, 튀르키예 軍수송기 급파 긴급 의약품 지원 지시

◇강진 발생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붕괴한 튀르키예 하타이의 건물 잔해 앞에서 두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7일(한국시간) 전체 사망자가 5천명을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80여 차례 여진이 일어나 건물 5천600여 채가 붕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한 구조 인력 급파 및 긴급 의약품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4시 17분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26㎞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으로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사망한 사람은 5천명을 넘겼다. 부상자는 3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진원지 깊이(17.9㎞)가 얕고, 인구가 밀집한 도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특히 오랜 내전으로 이미 심하게 건물이 훼손됐던 시리아는 직격탄을 맞았다.

악천후가 덮친 데다가 구호 인력마저 부족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가 지금보다 8배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지질조사국(USGS)도 사망자가 1만 명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추가 강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마르코 본호프 독일지진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날 독일 슈피겔에 “일련의 대지진이 발생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며 “이 중 하나가 지금 발생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6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남동부 디야르바키르의 무너진 건물에서 한 소녀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AFP에 "추가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초기 통계보다 8배까지 증가하는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고 경고했다.

전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7.9㎞에서 규모 7.8(USGS)의 지진이 발생했고,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뒤따랐다.

두 차례에 걸친 강진과 80여 차례의 여진으로 튀르키예는 물론 남부 인접국 시리아에서도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지에 거센 추위가 덮쳤을 뿐 아니라 악천후에 여진도 이어져 구조 환경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튀르키예는 7일까지 영하의 온도가 유지될 전망이고, 가지안테프 기온은 최저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건물 최소 5천606채가 무너져 현재까지 잔해 속에서 총 7천800여 명이 구조됐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당국에 따르면 총 10개 지역에 구조대원 1만여 명이 파견돼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은 구조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튀르키예서 규모 7.8 강진 발생[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필사적인 구조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생존자들도 추운 겨울 밤 노숙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으며 지진 여파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여진이 더 있을까 두려워 집을 떠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은 수천 동에 달한다. 이번 지진의 진원이 20㎞가 되지 않을 만큼 얕고 사람들이 잠든 새벽 시간대에 건물 붕괴·파손이 잇따르면서 피해가 컸다.

해가 지고 나서 구조대원들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전등에 의지해 수색과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AP·AFP 통신과 BBC·CNN 방송,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이날 구조 작업을 위해 피해 지역에 급파된 인력이 1만9천574명이라고 밝혔다.

구조대원과 소방관, 군인 등이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고 장비를 이용해 잔해를 들어 올리며 구조하고 있다. 의료진도 현장에 급파됐으며 다친 사람들을 병원에 이송하고 있다.

생존한 주민들도 함께 사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 잔해를 파헤치고 사람들을 꺼내려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시리아에서 가족과 함께 자고 있던 중 진동을 느꼈다는 오사마 압델 하미드 씨는 AFP 통신에 "벽이 우리 위로 무너졌지만, 아들이 비명을 질러 사람들이 알아채고 우리를 잔해 밖으로 끌어내 줬다"고 설명했다.

피해 지역 곳곳에서 구조대는 헤드램프와 작업등에 의존해 밤샘 구조 작업에 돌입했다고 NYT 등은 전했다.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다나 지역에서 현지 주민과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는 모습. [아다나 AP=연합뉴스]

영점을 오가는 맹추위와 어둠에 더해 일부 지역에는 눈이나 비까지 내리고 있어 구조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 잔해에서 중장비를 사용해 생존자를 수색하고 구조하는 작업 자체에도 위험이 따르고 규모 4.0 이상 여진이 이미 70여 차례 발생한 만큼 또 여진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또한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한 데다 넓은 지역에 걸쳐 있어 인력과 물자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현장의 구조대원들은 호소하고 있다.

미국 구호단체 메드글로벌의 시리아 지역 국장으로 이들리브에 거주하는 모스타파 에도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 병원에 의료물품을 보내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구조대가 잔해 아래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 때문에 중장비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 구조 작업이 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BBC 방송도 이번 지진 진원지에서 가까운 터키 남부 오스마니예에서도 주민들이 여진이 두려워 실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는 애나 포스터 BBC 기자는 "여진의 진동이 느껴질 때마다 사람들이 거리로 더 많이 몰리고 있다"며 "비까지 쏟아붓고 있어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까스로 생존한 이재민들도 여전히 위험한 처지다. 겨울 한파 속 집을 잃고 노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인 칼릴 아샤위 씨는 CNN 방송에 "구조대가 노력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얼어붙는 날씨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갈 곳이 없어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구호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윤 대통령이 피해지원에 軍수송기를 급파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별도의 트위터 글에서도 "한국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며 "우리는 튀르키예 형제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밤 긴급구호대 파견을 위한 선발대 3명이 현지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려면 관계부처와 법인·단체의 장, 관련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 의결을 거쳐야 해서 이날 중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구조팀을 급파했다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최근 튀르키예와 얼굴을 붉힌 스웨덴, 핀란드도 신속히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튀르키예의 파트너이자 EU 의장국으로서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핀란드도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희생자 발생에 조의를 표하는 한편 지원 의사를 전했다.

튀르키예와 오랜 앙숙인 그리스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애도를 표한 뒤 "그리스는 자원을 동원해 즉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외무부가 대규모 구조대를 파견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고, 러시아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상사태부가 군용 수송기와 구조대원 100명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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