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혼탁한 조합장선거는 이제 그만

정재원 홍천군선거관리위원회 회계주무관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최초로 한글로 쓰인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지 나무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뿌리가 깊고 탄탄하게 바로 설 때 비로소 주체적이고 건강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깊고 탄탄하지 않으면 바깥에서 불어오는 온갖 유혹의 바람에 쉽게 흔들리고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다가오는 3월8일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입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1,347개 조합을 4년 동안 이끌 사람을 뽑는 날입니다.

조합의 장 선거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조합의 규모가 작고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의 수도 많지 않다보니, 공약과 비전을 겨루는 공정한 경쟁보다는 돈과 선물을 통해 표를 사려는 금권선거가 종종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당선된 조합장이 과연 조합과 조합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깊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행동할지는 의문입니다. 심한 경우 금권선거로 인해 법원의 판결로 조합장 자리를 잃게 되면, 조합은 다시 조합장을 뽑기 위해 이중으로 돈을 쓰게 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뿌리가 흔들리는 셈입니다. 이번 조합장선거가 단지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용비어천가의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새미 기픈 무른 가마래 아니 그칠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않으므로, 내(川)를 이루어 바다로 간다는 말입니다. 조합원들의 현명한 선택과 우리 모두의 관심을 통해 튼튼하고 깊이 뿌리내린 조합은 부정한 유혹과 위기에 무너지지 않고 더 희망찬 조합, 나아가 더 나은 대한민국이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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