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최재석 강원도의원

며칠 사이 기온이 영상 10도 가까이 올라가며 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복수초와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린지 오래고, 땅속에서도 봄의 기운이 충만해지고 있다. 이렇게 계절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았지만 동해시의 현안사업들은 물밑에서 이런저런 설만 들려올 뿐 실체를 드러내지 않아 시민들이 마음을 펴지 못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원 무인선박연구소 절대 반대한다” 시청 앞 중앙로터리에 펼침막이 내걸렸다. 동해시 부곡동현안대책협의회가 국방과학연구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무인선박연구소 계획이 완전히 철회되지 않았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이 계획은 지난 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묵호항과 인접한 부곡동 매립지가 무인잠수정과 무인수상정 등 해양무인자율체계 연구시설의 적지이며, 200명 이상의 고급 인력이 상주하고 연구기관과 군산업체 관계자 등 유동인구도 늘어나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묵호항 보안구역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마당에 새롭게 보안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동해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묵호항 재창조사업과 국제여객선 이전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결사반대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밑에서 여전히 이런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동해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또 하나의 현안이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해상작전헬기부대 창설이다. 해군은 지난 해 8월 동해시청에서 해상작전헬기 지원시설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해군은 오는 2025년까지 동해시 송정동 동해체력단련장 인근에 활주로와 주기장, 격납고, 탄약고 등을 갖춘 대대급 헬기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기본계획 용역과 설계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면서 송정동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동해항이 들어오면서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 등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마당에 헬기부대까지 들어오면 더 이상 살기 어렵게 된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해군은 지난 8월 설명회 이후 아무런 말도 입자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1함대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동해시와 상생발전협약식을 체결하면서 헬기장 건설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주민들은 1함대가 동해시에 주둔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지금 이 시기에 상생협약식까지 갖느냐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춘래불사춘이라고 했던가? 표면적으로는 평온한 것 같지만 물밑에서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일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봄은 왔으되 봄같지 않은 날이 될 수 밖에 없다.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들어와야겠지만 그 추진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과연 현재의 방식이 최선인지? 대안은 없는지? 주민들은 왜 반대하는지? 진지한 고민과 의견수렴이 먼저다.

만물이 생동하는 새 봄, 시민을 위해 복무하는 국가기관이 언제나 시민과 함께 한다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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