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 직전인 2,000여년 전이다. 연나라의 태자 단은 시황제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단은 전광이라는 협객을 통해 형가라는 자객을 소개받는다. 전광은 단이 “나라의 대사이므로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하자 “알았다”고 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영원히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암살에 실패하자 전광까지 자살하며 지키려 했던 비밀은 곧 전모가 드러나 단은 죽음을 맞는다. ▼일본에서는 무한책임을 진다거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하다. 1976년 록히드 사건 때는 다나카 전 총리의 운전사가, 1988년 리크루트 사건 때는 다케시타 전 총리의 비서가 자살하는 등 그 예가 많다. 강력한 조직 문화가 발달한 사회적 환경의 영향이 큰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씨가 지난 9일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 측근이 사망한 것은 대장동 의혹 관련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 제보한 이모씨와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에 대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던 40대 남성 등에 이어 5번째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지요.” 전씨가 작성한 유서 내용이다. 주위의 여러 사람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동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속 천사 미하엘은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의 숙제를 안고 인간으로 살았다. 이번 사안은 비단 이 대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많은 국민이 정치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탓이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