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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춘분(春分)’

내일(21일)은 춘분(春分)이다. 또한 세계 숲의 날이기도 하다. 시작과 풍요, 부활의 계절인 봄은 절기상 입춘부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춘분부터다. 농사일도 이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4절기의 네 번째인 춘분은 경칩과 청명의 중간이다. 농가에서는 춘분 전후에 봄보리를 갈고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 먹는다. 이 무렵 제비가 날아오고 우렛소리가 들리며 그해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했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어두워서 해가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봄은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온다. ‘춘풍태탕(봄바람이 온화하게 분다)’이라는 말처럼 만물을 깨어나게 하고 새싹을 밀어 올리는 게 봄바람이다. 봄바람은 부드럽지만 변덕스럽다. 그런 만큼 이름도 다양하다. 하늘거리는 ‘미풍’이나 솔솔 부는 ‘실바람’, 보드랍고 화창한 ‘명지바람’은 듣기만 해도 정겹다. 그러나 꽃을 시샘하는 ‘꽃샘바람’과 옷섶을 파고드는 ‘살바람’은 아주 매섭다. 그리고 숲을 태우고 산불을 키우는 봄바람은 더욱 두렵다. ▼바람이 아무리 변덕스러워도 계절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꽃잎이 봉오리를 맺고 벙글었다 지는 동안 연초록 잎사귀를 준비하는 나무들의 줄기에도 따사로운 봄물이 오른다. 그 사이로 냉이, 달래, 쑥 향기가 아지랑이 들판을 간질이며 여린 손을 내민다. 이렇게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깨우는 봄이다. 봄에는 들불을 놓아도 다 타지 않고 만물이 다시 돋아난다. 그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계절이다. 그 기를 받아 우리도 힘차게 깨어나야 한다. ▼중국의 설문에서는 “용은 춘분에 하늘로 올라갔다가 추분에 내려와 연못에 잠긴다”고 했다.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인을 비롯, 쿠르드인과 서남아시아인들은 춘분을 새날이란 뜻의 노로즈라고 부른다. 고대 독일과 북유럽에서는 한 해의 시작으로 기렸다. 서양 점성술 역시 춘분을 한 해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날 이후 1년을 12개의 별자리로 나눠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인간의 운명을 예언한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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