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시대를 흔히 ‘역발상의 시대’라고 말한다. 역발상(逆發想)은 사전적 의미로 ‘어떤 생각과는 반대로 또는 거꾸로 생각해 내는 일’로 정의돼 있다. 이를 분석하면 논리적으로 정제된 생각이라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재치’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역발상을 ‘반짝이는 전구’와 결부시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 계속되고 경제, 사회, 문화의 풍요가 최고조에 이른 현재 상황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역발상의 소중함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캐나다에 있는 최고의 역발상 사례를 소개한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의 빙산산업사는 누구도 팔아보겠다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독특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선 도매상 출신인 이 회사의 사장 론 스탬프씨는 1990년대 초 몇몇 모임에서 ‘빙산(거대한 얼음덩어리)을 중동지역으로 끌고 가면 크게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웃어넘기다가 ‘빙산을 녹여 수송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빙산을 비즈니스에 접목해 사업을 집요하게 구상하고 최고의 난제였던 빙산 파쇄에 화강암 분쇄용 집게발을 사용하면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채취한 얼음은 바지선으로 이동, 작은 조각으로 부순 뒤 용해, 여과, 자외선 살균 등을 거쳐 항구의 포장공장으로 옮겼다. 스탬프 대표는 북극의 낭만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광고하는 데 자금을 더 투자해 빙산수가 일반 상점에서 광천수와 나란히 팔리도록 하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청정한 북극의 낙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한 빙산 제품이 지구촌 곳곳에 파급되는 효과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스탬프 대표는 역발상 하나로 거부가 됐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평소에 소홀히 했지만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제2, 제3의 빙산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런 말이 있다. “태평성대는 강자의 지옥이고, 난세는 약자의 지옥이다. 평소 내공을 길러 온 자는 난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영웅이 된다. 그 방법은 한마디로 역발상이다.” 인생에서 배움(學)과 함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것은 바로 생각(思)이다. 세상 저잣거리는 AI, 메타버스 시대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개인의 생각은 각자의 자본이자 생존의 연료다.
올 6월11일 강원특별자치 시대를 맞이한다. 새로운 시대적 변곡점에 서서 강원만의 ‘생각의 품질(Think 4.0)’을 높여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에 강원도만의 역발상을 담아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강원도 내 시·군의 인구 소멸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2023년 2월 기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 인구 급감과 지역 기반 붕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빈집이 급증하고 젊은 청년들은 도시로 나가고 어르신들만 남은 곳이 계속 늘어나는데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필멸(必滅)의 인간이 불멸(不滅)을 추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자식을 낳는 것과 영원한 예술이나 지식 같은 걸 낳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전반적 생활 환경 개선책을 강원특별자치도법에 살려내야 한다. 제2의 북극 빙산을 찾아야만 우리도 생존할 수 있다. 특별자치 시대 창조적 역발상의 비밀은 바로 ‘낯선 것과의 연결’이다. 이것은 결국 본질과의 만남이자,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호기심, 재미 그리고 연결을 통해 불멸의 강원특별자치도로 도약해 보자. 산하에 만개한 봄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