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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치킨과 포계’

치킨은 한국인들의 ‘최애’ 배달음식이다. 그래서 치킨 없으면 못 산다는 얘기까지 있다. 치킨이 ‘국민 간식’으로 등장한 역사는 길지 않다. 6·25전쟁 이후 들어온 미군이 크리스마스 때 칠면조 구이 파티를 하면서 즐기던 칠면조를 구할 수 없자 닭을 대신 사용하면서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퇴근길에 직접 사 오시는 통닭의 자리를 서서히 대신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국민 간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지금은 전 세계의 맥도날드 매장보다 한국 치킨집 수가 더 많다고 할 정도다. ▼1977년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인 림스치킨이 지금처럼 토막 내 튀긴 프라이드치킨을 선보였다. ‘시장 통닭’의 진화로 한국식 치킨의 시작이다. 1981년에는 페리카나의 양념치킨도 나왔다. 프라이드치킨의 원조 격인 미국산 KFC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84년이다. 이후 간장치킨, 불닭, 파닭, 마늘치킨, 숯불바비큐, 오븐치킨 등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치맥(치킨+맥주) 열풍까지 더해져 세계에서 ‘코리안 치킨’으로 불리며 고유의 요리법과 맛을 인정받고 있다. ▼조선시대 때 치킨과 비슷한 음식이 있었다. 산가요록 식료찬요에 기록된 ‘포계’다. 프라이드치킨이 튀김옷을 입힌 닭을 끓는 기름에 담가 튀긴 것이라면 포계는 기름에 볶은 닭에 밀가루옷을 입혀 익힌 게 가장 큰 차이다. 옛날에는 닭고기는 서민들이 언제든지 양껏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포계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 권세 있는 양반가에서 대접했다. ▼치킨 가격은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5,000원대여서 짜장면과 함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었다. 하지만 연이은 인상으로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3만원대다. 치킨이 서민들은 마음껏 먹을 수 없었던 조선시대 포계로 둔갑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치킨 값에서 물가 상승의 고통을 절감하며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사상 초유의 고물가 시대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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