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아카데미극장을 지켜주세요

김영미 원주 시홍서가 대표

원강수 시장님, 그리고 국민의 힘 시의원님들. 저의 말에 잠시 귀를 기울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천에는 1992년 쓰레기 소각장을 개조해 아트센터로 꾸민 '아트벙커 B39'가 있습니다. 청주에는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해 문화센터로 활용하는 '동부창고'가 있습니다. 또 부산에는 와이어 생산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f1963'이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는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이 있습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은 폐 기차역으로 만든 시설입니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 역시 철거 대상이었던 폐철로였습니다.

위에서 열거해 드린 사례는 지나간 것에 대한 퇴행적 추억팔이가 아닙니다. 과거의 것을 현재와 미래의 가치 속에 녹여낸 성공 사례입니다. 지금 그 장소들은 도시의 위상을 높여주고, 그곳에 사는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곳입니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아카데미 극장은 쓰러지기 직전의 허름한 건물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세계적인 추세가 이렇게 낡고 꾸리꾸리 한 것들을 깨끗이 쓸어버리지 않는 쪽으로, 그것을 보물처럼 귀하게 호이호이 불고 닦아서 간직하고 활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의미나 가치에 눈을 돌릴 만 한 여유가 생겼고, 디지털 문명의 가속화가 가져오는 불안정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시간의 흔적’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하였고, 그러한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카데미 극장 철거는 정치 문제가 아닙니다. 원강수 시장님과 국민의힘 시의원님. 민주당은 철거 반대. 국민의힘은 철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철거를 유보해 주십시오.

철거를 찬성하는 분들도 있지만, 좀 더 넓은 시야로 이 문제를 바라보시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중앙시장에 대형 주차장이 설치될 예산이 확보됐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고작 22면의 주차장 만들자고, 60년의 시민의 희로애락이 담긴 아카데미극장을 부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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