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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강원특별법이 세운 세 가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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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강원도지사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땅땅” 국회의장의 타봉 소리가 들리는 순간,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울컥하며 이런 생각이 밀려 올라왔다. ‘그래, 이거야.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리 강원도민들을 한번 밀어준 거야. 그동안 희생하고 양보하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한번 날아보라고 기회를 준 거야.’

이번 강원특별법은 세 가지 기록을 수립했다. 첫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천막농성을 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지역현안을 가지고 천막농성에 대규모 궐기대회까지 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한기호, 노용호 국회의원이 텐트를 지켰기 때문에 철거를 면할 수 있었다. 투쟁에 이골이 난 노조단체에서도 하지 못한 걸 우리 순박한 강원도민들이 해냈다. 강원도 사람들도 화나면 무섭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둘째, 최단시간 내 법안통과 기록이다. 이번에 국회 행안위 소위원회~전체회의~법사위~본회의, 네 단계를 단 이틀 만에 해치웠다. 적어도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선 이런 경우는 없었다. 한 단계 넘어가는데 6개월쯤 잡아야 된다. 그래서 2년 만에 법이 통과됐다면 그나마 빠른 편이다. 본래 행안위를 통과했어도 법사위에 상정되려면 최소 5일 숙려기간이 필요한데 여야 합의로 그것도 면제해 줬다. 이게 다 도민들의 열망이 통해서 그런 것 아닐까?

셋째, 강원도 역사상 이렇게 하나의 이슈에 똘똘 뭉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슨 일이든 항상 여야가 대립했고 영동과 영서가, 아니면 춘천~원주~강릉이 대립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개정안은 민주당 허영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여당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18개 시장군수님들도, 김천수 강원도민회장님과 사회단체장님들도 천막농성장에 오셔서 함께 걱정해 주시고 힘을 보태주셨다. 똘똘 뭉치니 힘이 나온 것이다.

드디어 강원특별자치시대가 열렸다. 하마터면 빈 껍데기로 출범할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게 됐다. 조문이 25개에 불과했는데 총 84개가 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환경·농업·군사·산림 등 4대 규제에서 의미있는 규제가 많이 풀렸고,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뻗어나갈 제도와 장치도 구비했다. 이제 착실히 준비해서 우리 강원도민들께서 ‘아, 이걸 하느라 그렇게 애를 썼구나’ 느끼실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에 마음 써주신 모든 강원도민들께, 궐기대회에 참석하시고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주신 분들께, 여야 국회의원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강원도에 대한 약속을 지켜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과 ‘강원특별자치도는 자유’라는 소신을 갖고 전폭 지원해 주신 한덕수 국무총리님께도 감사드린다. 아참, 필자를 대신해 삭발을 해주신 정준화 강원도 시군번영회연합회장님과 박광구 강원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님을 빼놓으면 안 된다. 어서 머리가 자라고 다시는 삭발하실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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