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수개월 알박기 주차, 솔밭 바베큐 … ‘민폐 차박’ 천태만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현충일 연휴 동해안 해변 차박족에 몸살
주차장·화장실 멋대로 쓰고 쓰레기 투기
산불 위험지서 취사도 … “단속 강화 필요”

◇지난 5일 양양군 물치해변 공영주차장. 차박족이 친 텐트가 곳곳에 있었다. 사진=신하림기자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였던 지난 5일 양양 물치해변. 소나무밭을 경계로 해변과 맞닿은 공영주차장은 캠핑장이 돼 있었다.

해변 방향으로 트렁크를 열어 놓은 채 차박용 텐트를 친 차량이 30여대에 달했다. 캠핑용 의자, 테이블을 놓고 낮잠을 자는 이들도 있었다. 양양군이 설치한 '주차장 내 야영 및 취사금지(차박 포함)' 표지판을 비웃듯 여유로웠다.

텐트에서 페트병 2개를 들고 나온 한 여성은 공중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을 담아 갔다. 이후 물은 찔끔찔끔 나왔다. 주차장 쓰레기 분리수거함은 커피용기, 컵라면 그릇, 치킨 상자, 나무젓가락, 계란 보관용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날 양양뿐만 아니라 고성, 속초 일대 해변도 마찬가지였다.

◇물치해변 공영 주차장 쓰레기 수거장. 사진=신하림기자

피서철을 앞둔 강원도 동해안 해변이 '차박족(차에서 숙박)'에 점령당했다.

얌체 차박족의 공용시설 무단 사용으로 민원이 빗발치면서 지자체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양군은 해변 무료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캠핑용 트레일러를 무단으로 장기 주차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어서다. 수개월간 '알박기'된 차량도 있는 실정이다.

주차장 1면을 점유한 차박족이 2~3면을 독차지한 차박족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공영주차장 화장실 전기로 밥솥을 쓰거나, 호스를 끼워놓고 샤워를 하는 민폐족도 눈에 띈다.

강릉 사천해변 주민들은 소나무 숲에서 바베큐를 하는 차박족들로 불안에 떨고 있다. 펜션업주인 A씨는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진다고 아무리 사정해도 무시 당하기 일쑤"라며 "시비가 붙을까 봐 시청에 단속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민폐 차박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캠핑 인프라 확충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무료 공영주차장 내 불법 차박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도 포함됐지만 무용지물이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차량 안 위험물(부탄 가스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고 저항도 심하다"고 말했다.

전민주 한림성심대 레저스포츠과 교수는 "공용 공간을 사유화하고, 관광지 기본 질서를 망가뜨리는 불법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캠페인뿐만 아니라 강력한 행정 제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