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강원지역에서 태어난 영·유아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8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 미신고된 아이는 총 2,236명에 이른다. 서류상 증발된 사례가 이 정도라면 병원 밖 출산 등으로 아예 기록 한 줄 없이 사라진 생명은 훨씬 많을 수 있다. 감사원이 이 중 1%인 20여명만 점검했는데도 충격적인 결과가 드러났다. 생모가 4, 5년 전 각각 출산한 아기를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했다. 또 친모가 인터넷으로 접촉한 사람에게 아기를 넘긴 사례까지 있었다. 미비한 행정체계가 불러온 안타까운 결과다. 정부 지원금으로 필수접종까지 받고도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방치된다. 이런 영·유아들은 지자체의 보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제도 밖 아이로 남을 소지가 있다. 더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조속한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태어났지만 존재가 입증되지 않는 아이가 나오는 건 정부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 복지체계에 구멍이 있다. 사각지대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는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안 해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5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병원은 행정기관에 출생을 통보할 의무도 없다. 의료기관과 지자체의 연결고리가 없는 만큼 지자체는 출생아 관리체계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 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무신고하게 하자는 게 출생통보제다. 최소한 지난해 법무부가 발의한 이 제도의 입법만 서둘렀어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의료계가 행정 부담과 전산상 책임 소재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명분이 없다. 출생신고 등록은 인권 보호의 출발점이다.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역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아이는 독립적인 인격체다.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경제적 이유 등으로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자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나머지 2,000여명의 아이가 안전한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빈틈없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영·유아 보호자 중 연락을 받지 않거나 현장 방문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피해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을 보완하기 전까지는 예방접종 기록과 분만 자료 등 정부 및 의료기관과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아이들을 빨리 찾아내야 한다.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아이들이 태어나 이곳저곳에 남긴 흔적들을 모아 ‘등록될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조차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더 이상 유기되는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