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단위 재난대응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강원지역에 2,933곳의 산사태 취약지역이 있지만 정작 해당 마을 주민들은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1차 전문가 조사와 2차 시·군 조사를 거쳐 매년 지정되며 그 결과는 ‘산주’에게 통보된다. 문제는 시·군 홈페이지에 지번이 고시될 뿐 마을 이장 등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마을 단위 재난대응 체계가 제대로 가동될 리가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사태 위험지역이 공개됐을 경우 집값 하락 등 재산 피해를 항의하는 민원이 있을 수 있어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명 피해 우려보다 부동산 가치 하락에 비중을 두는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는 형국이다.
이는 자치단체와 주민 간의 문제로 다루기에 앞서 재난에 대비하는 기본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재난대응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재난대응 체계의 허술한 면이 고루 드러난 사례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일이 터지면 완벽한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당장만 대충 넘기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와 그에 따라 당연히 뒤따르게 돼 있는 형식적인 발표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즉,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사태 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산사태 취약지역별 대피소(마을회관, 학교 등)를 확인하면 해당 마을이 취약지역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이는 주민들에게는 ‘깜깜이 운영’일 뿐이다.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의 경우 ‘사곡리 마을회관’이 산사태 취약지역 대피소로 지정됐지만, 주민들은 ‘금시초문’이란 반응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치단체 재난대응 체계가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세워지기도 어렵고 재난대응 정책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회복시키기도 힘들다.
재난대응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일차적으로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그래야 대처 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재난대응 매뉴얼은 재난관리 담당자의 역할과 절차를 정하는 것이다. 현장의 상황이 올바르게 파악되고 정보가 공유된 상태라야 재난대응 매뉴얼이 원활하게 가동되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매뉴얼은 재난 현장에서 무조건 준수돼야 하는 절대적인 규정은 아니다. 재난 상황은 우리가 예측한 대로 발생하거나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최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매뉴얼을 재정비해야 한다. 따라서 매뉴얼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집중 폭우로 야기된 마을 단위 재난대응 체계의 구멍을 찾아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폭우 피해를 줄여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