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요칼럼]함께 노래하는 즐거움

서병조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합창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제12회 세계합창대회 2023이 ‘평화와 번영의 하모니’를 주제로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강릉에서 개최돼 전 세계인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교류와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합창단은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작업실과 작품을 잃은 자폐화가 이장우씨를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소녀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죽헌을 방문해 세계합창대회가 음악 축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합창은 인류의 오랜 문화유산이다. 합창의 기원은 문명의 발상지인 고대 이집트, 이스라엘, 그리스 등지에서 발견된다. 중세 시대까지는 교회 음악으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는 궁정 음악으로 발달해 오다가 19세기 낭만파 시대에 이르러 중산층 서민 사이에 합창이 애호되기 시작해 20세기에 와서 음정, 선율, 화성 등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합창 음악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제9번은 ‘합창’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제4악장 ‘기쁨의 찬가’는 ‘오 친구여, 더 즐겁고 기쁨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로 시작하는 웅장한 합창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음악 연주는 전문가의 영역인 데 비해 합창 음악은 아마추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스포츠에 생활 체육이 활발한 것처럼 생활 예술인 합창이 대중화돼 있다.

강릉 세계합창대회가 세계인의 화합을 도모하는 장이었다면, 춘천문화재단이 매년 마련하고 있는 ‘온세대 합창페스티벌’은 핵가족 다문화 시대에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가족과 함께 노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이색적인 마당이다. 여기서 ‘가족’은 혈연으로 이어진 세대 간의 구성뿐만 아니라 직장인 등 개인 참여자와 동호회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일컫는다. 크고 작은 가족과 단체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생활 예술 커뮤니티 축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올해도 참가단 모집을 마치고 10주간의 연습 기간 및 버스킹 무대를 거쳐 8월 말에 본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필자는 춘천에 와서 일을 하면서 평소 좋아하는 합창을 정기적으로 하기 위해 춘천남성합창단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춘천남성합창단은 1986년에 창단된 유서 깊은 예술단체로 30대부터 70대까지의 폭넓은 연령층과 다양한 직업인들로 구성돼 있다. 창단 이후 매년 정기연주회를 꾸준히 개최해 오고 있으며 다양한 계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초청연주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행복나눔 음악회의 일환으로 마련된 유봉여중 초청연주회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멋진 무대를 선사했고, 10대 학생들은 아이돌 그룹에 보내는 환호에 못지않은 열정으로 중후한 남성합창의 매력에 화답했다.

시인 롱펠로는 ‘음악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라고 정의했고, BTS의 RM은 ‘음악은 언어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는 데 있다. 우리는 대화 결핍, 공감 제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생활 예술인 합창을 통하여 노래하는 즐거움에 더해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쁨을 누림으로써 우리 각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합창 음악이 개인과 가정, 사회에 큰 유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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