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태백선 준고속열차, 누구를 위해 도입하는 것인가

경기도 정차역 끼워 넣기 운행 시간 늦어져
손실부담 연간 15억원 강원자치도만 부담
공익사업 효율성·형평성 훼손돼선 안 돼

강원 폐광지역을 운행하는 준고속열차 itx-마음이 9월1일부터 서울 청량리역~경기 양평~용문~양동~강원 원주~충북 제천~강원 영월, 정선 사북(민둥산역), 태백, 삼척 도계, 동해 등을 일일 2회(왕복 1회) 운행한다. 하지만 운행 시간 단축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준고속열차는 서울~폐광지 2시간대 주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태백 3시간5분, 도계 3시간32분, 동해 4시간17분 가량이 걸릴 전망이다. 시속 150㎞ 주행이 가능하지만 운행 초기 안전을 위해 평균 시속 70㎞로 감속 운행 예정인 데다 경기지역 3개 역을 정차하며 운행 시간이 늘었다. 특히 경기 양평·양동역은 정차 계획이 없었으나 경기지역의 요구로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지역의 경우 3개 역이 혜택을 받지만 손실보전금은 내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준고속철’이 ‘저속철’로 전락하게 됐다는 우려와 형평성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지역 정차를 밀어붙인 까닭은 무엇인가. 코레일 측은 철도산업법 제32조에 ‘철도운영자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 또는 해당 철도서비스를 직접 요구한 자가 부담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태백선 준고속열차 도입을 강원지역에서 요구했다는 점, 경기지역은 탑승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강원지역만 연간 15억원의 손실보전금을 내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열차 이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코레일 측에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다. 여기에 모든 노선 열차가 ITX로 대체되는 추세여서 손실보전금 부담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원남부권 폐광지 지방자치단체는 취약한 재정 자립도에 시달리고 있다. 철도 사업의 공공성이나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특히 이번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행정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떨치기 어렵다.

기간시설인 철도의 정차가 코레일의 입맛에 맞게 주먹구구식으로 마구 변경돼서는 안 된다. 철도 노선 결정에 앞서 여론 수렴은 필수적이다. 설득력 있는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태백선의 준고속열차 운행은 단순한 교통망 개선사업이 아니다. 지역의 소멸을 막고 관광 등 전략사업 육성을 위해서다. 나아가 도내 전체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태백선 준고속열차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편익 배분도 고려해야 하지만 속도라는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편익으로만 따지자면 정차역이 많을수록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사업 목적이 명확한 이번 폐광지역 준고속열차 운행이 지나친 사업성이나 정치성을 띠어서는 곤란하다. 원칙이 흔들려서 지역의 반발을 사고 사업의 효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태는 결단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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