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평창 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개관에 거는 기대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원본을 보관, 전시하게 될 평창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가칭·이하 실록박물관)이 올 10월26일 개관한다. 실록박물관에는 1932년과 2006년, 2018년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일본에서 되돌아온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 도서 반환 계획에 따라 2011년에 반환된 의궤 82책 원본이 고궁박물관으로부터 순차적으로 이관된다. 일제가 오대산사고에 있던 실록과 의궤를 도쿄대학으로 가져간 것은 한국을 영원히 지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한민족 정신수호의 핵심을 들여다본 것이다. 게다가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이 소실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출돼 화재를 면한 것을 되찾아왔다. 환수위원회 관계자들이 무수히 일본으로 건너가 기울인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그런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실록박물관 개관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화의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는 진작 오대산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당초 예산의 변동 등으로 인해 이번 실록박물관 개관은 ‘부분 개관’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록박물관 건물 전체의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전면 이관하는 작업은 내년께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실록박물관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이 박물관의 탄생 배경과 역사, 문화, 정서, 정체를 실체적으로 지켜 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국민에게 각인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막중하다. 실록박물관은 바로 이 같은 스스로의 존재 당위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지향해 나가야 한다.

이제 실록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지역의 관광자원과 잘 연계될 수 있도록 해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고 경영적인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서는 곤란하다. 본질적인 가치와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역사와 현재는 미래적인 가치를 잘 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록박물관은 오대산의 전 현장과 연결되고 상시적으로 호흡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실록박물관은 단지 조선 왕조의 행사 기록 전시장이 아니라 민족의 비극적 애환과 오대산의 숨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앞으로 실록박물관 운영 시 그만큼 분명한 역사의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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