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40)임철우의 ‘이별하는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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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개도둑’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온 임철우의 장편소설 ‘이별하는 골짜기’는 정선 ‘별어곡(別於谷)’ 의 별어곡역을 배경으로 네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2006년 ‘강물 편지’라는 제목으로 문학사상에 연재됐던 작품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해 펴낸 것이다.

소설은 프롤로그에서 강릉행 기차에 독자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증산역에 도착한 독자들은 다시 정선행 꼬마열차에 몸을 싣는다. 산그늘을 드리운 가파른 골짜기를 기어올라 터널하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좁은 골짜기 어귀에 있는 별어곡역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별어곡역의 시인인 막내 역무원 정동수를 먼저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열차에 치어 죽은 남자의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된 늙은 역무원 신태묵과 날마다 커다란 가방을 끌고 별어곡역을 찾아오는 가방 할머니, 별어곡역 주변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여자 등을 차례로 조우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펼쳐지는데 ‘죽음’을 모티프로 자연스레 서로를 스치며 별어곡을 가득 메운다.

철도청 사보 독자 투고란에 시가 실리면서 시인으로 불리게 된 정동수는 다방 여종업원의 자살과 주인 잃은 개의 비참한 모습들을 목도하고 삶은 아름다움이나 슬픔 어느 하나로만 이뤄지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신태묵은 자신의 실수로 열차 플랫폼에서 죽음을 당한 한 남자의 아내와 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살게 된다. 그러던 중 그날의 사고 이야기를 전해들은 여자는 충격으로 집을 나간 후 아우라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딸도 모진 말을 내뱉고 사라진다. 그런 딸이 어렵게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눈물을 흘린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가족을 잃고 조카의 수발을 받으며 살아 가는 가방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 내릴 때는 광복 68년, 정전 70주년을 맞은 2023년에도 그 절절함이 가슴에 알알히 박혀 먹먹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별어곡역 맞은편 제과점 여자는 어린시절 탈영병을 만났다가 자신으로 인해 그 탈영병이 자살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탈영병의 아들인 별어곡역의 시인 정동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해 괴로워 하는 정동수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소설 출간 당시 문학평론가 김현이 “임철우의 세계는 어둡고 무섭고, 가능하면 빨리 거기에서 도망하고 싶은 세계지만, 그 세계는 절제 있는 감정 때문에 아름답다”라고 한 것 처럼 실제 소설 속 이야기는 시종 무겁게 흐르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서정적 분위기 때문인지 아리지만 아름다운 양가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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