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 나무는 아무런 죄가 없다

공진만 안전보건공단 강원동부지사 부장

산, 숲, 나무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풋풋한 나무향기를 머금은 숲길을 걷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하다. 숲과 산 또는 산에 있는 숲을 우리는 산림이라 한다. 산림은 기후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흡수·저장하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며,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등 공익적 기능이 매우 크고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2020년 기준으로 260조원에 육박하며, 국민 한 명이 받은 혜택으로 환산하면 연간 488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매년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산림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숲가꾸기 사업을 하고 있다. 숲가꾸기 사업에는 숲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가지치기,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베기, 천연림가꾸기 등이 있다.

숲가꾸기 사업의 필수작업은 바로 벌목작업이다. 주로 산림에서 나무를 벌채, 조재, 집재해 목재를 생산하는 임업 현장에서의 벌목작업은 숲이 우거지고 비탈진 산에서 이루어진다. 열악한 작업여건으로 사고의 위험도 매우 높다. 대표적인 사고가 기계톱으로 나무를 자르다 쓰러지는 나무에 깔리고, 우드그랩·굴착기 등으로 잘린 나무를 옮기다 비탈면으로 굴러떨어지고, 벌 쏘임 또는 뱀 물림, 곤충·동물 매개 감염 등의 위험에 노출돼 사망하는 것이다.

올 3월에서 8월 사이 강원의 임업현장에서는 굴착기가 산비탈로 굴러떨어지고, 나무에 맞거나 깔려서 5명의 작업자가 사망했다. 대부분의 벌목작업 사망사고 원인을 보면 기본적인 위험방지 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벌목작업을 할 때의 위험방지 조치로는 첫째, 미리 대피로 및 대피장소를 정할 것. 둘째, 직경 20㎝ 이상 나무는 반드시 30도 이상의 수구각을 만들 것. 셋째, 벌목하는 나무 높이의 2배에 해당하는 직선거리 안에서 다른 작업을 하지 말 것 . 넷째, 잘려진 나무가 다른 나무에 걸려있는 경우 걸려 있는 나무 아래에서 작업을 하지 않고 받치고 있는 나무를 자르지 않는 것이다.

해마다 전국에서 나무를 자르다 나무에 맞거나, 잘려진 나무를 모으고 옮기는 작업을 하다 사망까지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무가 위험물인가? 아니다. 나무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문제는 나무를 자르고 운반해야 하는 사람들의 부족한 안전의식과 불안전한 작업방법이다.

가을이 되면 숲가꾸기 작업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벌목작업을 해야 하는 사업주와 작업자는 작업 전에 함께 작업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잠재된 유해 위험요인을 찾아 그 위험성을 평가, 중대한 위험은 안전대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위험성 평가를 생활화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를 통해 수립된 안전대책이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안전점검회의(TBM)를 통해 작업자에게 공유해야 한다.

나무는 아무런 죄가 없다. 벌목작업을 하는 우리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한 작업절차를 잘 지키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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