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집마다 화목한 웃음꽃이 피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탈북민들은 만날 수 없고 갈 수 없는 북녘땅의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어만 간다. 탈북민들은 합동 차례라도 지내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목이 메인다.
14년전 수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두만강을 건너 한국땅을 밟은 영미(가명·여·48)씨. 추석을 앞두고 만난 영미씨는 고향땅 함경북도 해령시에 남아 있는 부모님과 동생들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영미씨는 “명절마다 부모님께서 만들어 주셨던 두부밥이 먹고 싶어 직접 만들어 먹다가 가족이 그리워 하루종일 거실 바닥에서 펑펑 운 적도 있다”며 “부모님과 남동생, 여동생이 무사히 잘 살고 있는지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탈북민 박모(59)씨는 매년 명절마다 외출을 꺼린다. 박씨는 “성묘를 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가족, 친척들과 음식 보따리를 메고 청진의 산소를 찾았던 고향에서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며 “차라리 직장에 나간다면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텐데 올해 추석은 연휴가 길어 북에 있는 가족이 더욱 그리워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강원북부하나센터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총 380명의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북녘땅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생사 여부조차 모른 채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강원북부하나센터는 지난해부터 명절마다 도내 탈북민을 대상으로 합동 차례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도내 탈북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차례를 진행,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가족에 대한 외로움을 달랬다.
박명희 강원북부하나센터장은 “탈북민들이 겪고 있는 심적 고통을 덜어주고 건강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돕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합동 차례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탈북민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