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달라진 한가위 풍경 “차례 대신 가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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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차례 지내지 않겠다’ 응답 56%
여성 경제활동 늘고 가족주의 약화 영향

사진=본사 DB

맞벌이 부부인 전 모(40·태백시 황지동)씨의 본가는 지난해부터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됐다. 전 씨의 어머니가 "이제 더 이상 차례를 지내지 말자"고 선언했고, 처음에는 반대했던 아버지도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대신 매월 조금씩 모은 돈으로 이번 추석에 2박 3일로 부모님을 모시고 온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전 씨는 "막상 차례를 안 지내니 직장인인 아내가 자유로워 졌고, 온 가족이 연휴 기간에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정이 더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명절 차례를 지내는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롯데멤버스가 최근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이 56.4%로 '지낸다'는 응답(43.7%)보다 많았다.

50~6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식의 변화가 커지고 있다.

남편이 장손인 김 모(59·춘천시 온의동)씨는 "시집 와서 30년 넘도록 매년 수 차례 제사를 지냈지만, 이런 일상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차례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에서 제사 음식을 맞추는 사업을 20년째 해 온 이 모(67)씨는 "요즘 제사 음식 맞추러 오는 여성들은 10명중 8명은 70대 이상"이라며 "산소가 아니라 납골당에 모시는 가족들이 많아져서 시제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명절에 모이는 인원도 적어지고, 제사도 점점 안지내다 보니 구매량도 줄어든다"며 "경기 불황 보다는 명절 풍속도가 바뀌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여성경제 활동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8월 여성 고용률은 54.7%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미영 한림대 사회학교 교수는 "가족주의 가치관이 약화되고, 1인 가구,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명절이 유대감을 다지는 시간이라기 보다는 휴가로 바뀌고 있다"며 "경기 불황, 코로나 등으로 차례가 간소화 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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