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호등]노인, 미래가 되다

김민희 문화교육부

“너는 늙어 봤니? 나는 젊어 봤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그런데 이 말, 왠지 모르게 웃기면서도 슬프다. 늙었다고 무시하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일침과도 같아서일까.

요즘은 버스를 타거나 근처 카페를 갈 때도 내 또래만큼이나 노인을 많이 마주친다. 어릴 적 이들을 마주하면 앉아 있던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배움에 근거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늉만 해도 이제는 한사코 거절하는 이들이 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오히려 너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거나 무거운 짐을 들어주기까지 한다.

지금의 세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요즘은 누군가의 물음에 이성적인 대답을 하면 “너 T야?”라는 유행이 붐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유행은 상대방이 뱉은 고민에 공감하기보다는 재미를 위해 반사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누군가의 힘듦이 하나의 웃긴 유행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재미만을 좇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입안이 쓰다.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과 대면하기보다는 기계와 마주하는 일이 늘어난 것처럼 병원 진료나 은행 업무 등 많은 일을 손바닥만큼 작은 스마트폰으로 활용하니 말이다. 이처럼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 맞춰 이들은 하나, 둘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강원특별자치도에 위치한 노인 복지관이 스마트 복지관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덕에 노인들은 웬만한 기계쯤이야 이제 손쉽게 다루며, 유행에 더 민감하기까지 한다. 40·50대 직장인들은 흔히 말하는 MZ세대와 ‘세대 차이’를 줄이기 위해 요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표현 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의 수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회와의 간극을 좁히고자 이들은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노인’이란 단어는 여전히 많은 고정관념을 생산해낸다. 고집스럽고, 악착스러우면서도,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제2막의 인생을 그리는 이들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열었지만 여전히 이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도대체 어떤 노력을 더 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제는 이들의 노력에 사회도 응답해야 한다. 이들이 사회에 잘 녹아들고,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먼저 ‘노인’이란 단어가 주는 거부감부터 없애자.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도록 해준 이들의 삶을 사랑하고, 본받아야 한다. 예로 배우 윤여정은 TV 프로그램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시원한 입담으로 젊은 세대들의 공감과 배움을 이끌어 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렇듯 이들의 삶 자체는 거부감보다는 더 많은 깨달음을 남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란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옛 세대를 향한 존경과 존중 없이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물론 나이가 든다고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단히 자신의 자리에서 힘쓰며,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의 모습은 현세대에게 많은 용기를 준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든다고 해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 막말로 요즘 인기인 악동뮤지션의 노래 제목처럼 (계란)후라이도 꿈을 꾼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