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다시 들썩이는 물가, ‘경제고통’ 끝은 어디인가

물가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강원지방통계지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2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 뛰었다. 8월(3.1%)에 이어 3%대 오름세를 이어가며,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윳값이 일제히 오른 데 이어 맥줏값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식음료 제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올린다고 밝혔다. 오비맥주의 국산 맥주 가격 인상은 2022년 3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여기에다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2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6.9원 올린 뒤 다섯 분기 동안 40.4원을 인상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200조원을 웃도는 역대급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긴축 여파로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는 지경이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고물가는 서민의 부담을 커지게 하고 민간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반등의 불씨마저 꺼트릴 수 있다. 유류세 인하 연장이나 공공요금 억제 같은 것은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 정부는 선제적 고통 분담 노력과 함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물가 상승→임금 인상→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방치할 경우 비용 상승과 생산·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고물가는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에 고통을 안긴다. 비상하고 정교한 맞춤형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지금의 물가는 각종 요금 인상 제한이나 세금 인하 같은 국지적 조치만으로는 잡을 수 없는 속도로 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기준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다가 오히려 문제만 키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인플레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그 결과 실질소득이 급감하면서 전체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나친 비관론도 금물이지만, 지금은 긴 안목으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노조는 일자리 보호를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자세를 가져야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줄여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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