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괴벨스의 선동(煽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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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요제프 괴벨스.’ 나치 독일의 정치인으로 아돌프 히틀러의 가장 가까운 심복으로 선전·선동의 제왕으로 불렸다. 괴벨스의 선전·선동 방식은 전후 세계의 정치와 언론에 큰 영향을 주었다. 수많은 사례 중 하나로 괴벨스는 2차 세계대전 끝무렵 연합군이 승리의 쐐기를 박기 위해 실시한 ‘드레스덴 폭격’을 이용, 오히려 연합군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연합군은 1945년 2월13일부터 15일까지 물자를 생산하고 병사를 훈련시키는 도시인 독일 드레스덴을 폭격한다. 이 공습 3일간 3,400여톤의 폭탄이 드레스덴으로 떨어져 수만명이 사망하고 바로크 건축과 예술로 유명한 도시의 많은 부분이 파괴됐다. 특히 인명피해는 큰 논란을 불러온다. 연합군은 공장과 군대를 중심으로 폭격했다고 발표했지만 민간인 피해는 없을 수 없었다. 이때 괴벨스는 폭격의 피해를 과장해 당시 추측 사망자 수 2만명~2만5,000명에 ‘0’을 하나 더 붙여 무려 20만명 이상으로 부풀렸다. 그리고 이 가짜뉴스를 선전전에 이용하는 동시에 중립국 언론에 살포했다. 이에 연합군은 도덕성으로 비난받고 자국 국민으로부터도 외면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당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사람들의 비판에 드레스덴 공습을 총지휘한 영국 공군 사령관 아서 해리스는 청문회까지 불려가야 했다. 영국과 연합국의 영웅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취급을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나 21세기 서구 학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외적인 요인을 포함해도 드레스덴 폭격에 따른 사망자는 최대 2만5,0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짜뉴스이고 잘못된 정보였지만 괴벨스의 선동(煽動)은 성공적이었다.

홍천지역은 최근 현안이 집중돼 있다. 지역의 100년 염원인 용문~홍천 광역철도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조사 완료 이후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착수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또 지역발전의 전환점이 될 국가항체클러스터 조성과 국책사업인 동해안~신가평 500kv 송전선로 설치, 1조5,000억원 규모의 홍천양수발전소 건설 등도 진행중이다. 이같은 대형사업의 추진은 명암이 있듯이 찬반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괴벨스처럼 제 이익과 사심을 갖고 여론을 호도하며 선동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시기에 팩트를 중심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다. 최근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가 공급되고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면서 독자들은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일부 있다. 이에 잘못된 뉴스, 의도된 가짜뉴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페이크뉴스 등이 헤드라인이 되기도 한다. 잠시 거짓 선동이 먹힐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결국 진실의 힘이 이기게 된다. 언론은 주민들과 독자들이 정확하고 사실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현장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주어듣는 말로 기사를 만들거나 기사에 개인적인 감정이나 의도를 넣어 사실을 왜곡하면 독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은 모든 언론의 책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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