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지역 의료절벽, 의대 증원 없이 해법 찾을 수 있나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어
전국 100곳 1시간 내 도달 분만실 없어
정부·의료계, ‘1,000명 증원'' 합의 도출해 내야

농촌이나 섬 등 의료 취약지역 최소화는 건강한 사회 실현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의료기관과 환자 간 시간적·물리적 차이를 완화해 의료 취약지역을 해소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관행적 의료 서비스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문 의료와 비대면 진료의 확대와 연계, 관련 의료기관·지자체 간 협력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이 방식들이 실효성을 갖도록 경제적 인센티브 방안과 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농촌지역에서 의료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농촌은 내일이 기대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렇게 되자면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의사 부족 국가라는 것은 다 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20여년 후엔 2만명 넘는 의사가 부족하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의대 정원을 5%씩 늘려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추계도 나와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이에 공감하지만 의료계만 이견을 내놓고 있다.

의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병원 인프라도 충분하지만,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정부·여당·대통령실이 최근 의대 입학 정원을 17년 만에 대폭 확충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고교 2학년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 적용하고, 정원 확대 규모는 매년 수백 명에서 1,000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다. 물론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400명씩 10년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물거품이 됐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명분은 차고 넘친다. 지역 의료는 붕괴 직전이다. 소아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분야는 지원자가 없어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지방에 살아도 성장의 기회와 행복할 권리를 똑같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지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이미 절반이 넘는 118곳이나 된다. 심지어 차로 1시간 내 갈 수 있는 분만실이 없어 응급 대응이 어려운 분만 취약지역도 100곳이 넘는다. 임신부가 산부인과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원정까지 가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이런 필수 의료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지방 소외를 풀 수 있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정부도 의료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서로 상대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이번 기회에 의료계와 정부는 대화해 대한민국 의료분야 백년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토대로 대형병원 집중화를 낳는 제도를 전향적으로 손보고, 건강보험 수가를 적절히 조정해 진료과목이나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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