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던 다리에 보라색을 입히자 올해만 45만명이 찾아 대박을 터뜨린 이른바 '퍼플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 박지도가 화제다.
22일 자은도에서 열리는 '문화의달' 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신안군을 찾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박지도로 향하는 해상 목교를 건너며 "쉽지 않은 까다로운 색인데 어떻게 보라색을 생각했을까"라며 "색을 하나 칠했다고 관광객이 이렇게 오는 게 신기하다. 작은 것 하나가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퍼플섬은 신안군 1천25개 섬 가운데 나란히 자리한 박지도와 반월도 두 개의 섬을 일컫는다. 안좌도 선착장에서 두 섬이 1천462m 길이의 보랏빛 해상 목교로 이어져 드넓은 바다와 갯벌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선착장 일대부터 주위는 마치 보라색이 상징인 'BTS 월드'에 온 것처럼 집 지붕과 판매 상품은 물론 관광객들 드레스코드도 온통 보라색이다.
이 섬은 옷이나 모자, 가방 등에 보라색 물건을 지니면 입장료 5천원이 무료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군 섬을 '1004섬'으로 브랜드화하고, 각 섬에 색을 입히며 이곳을 보라색 성지로 조성했다.
박 군수는 "다리가 생긴 뒤에도 관광객이 0명이었는데 보라색 다리가 되면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며 "홍콩 잡지와 미국, 독일, 일본 방송에 소개돼 한국의 핫한 관광지가 됐다. 올해 관광객만 45만명으로 추산되는데, 50만명을 넘기면 예약제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군수님이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것처럼 환경을 조금만 바꾸면 변화가 있다"며 "각 지역마다의 오랜 삶의 방식을 잘 캐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이 많은 걸 개발해 제안하고 중앙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도는 보라색 아스타 꽃 3천만 송이가 만발해 온통 보랏빛이다. 이곳에서는 1년에 4번 꽃 축제가 열린다.
퍼플섬 방문에 앞서 암태도 선착장에서 요트를 타고 일대 관광 지역을 살펴본 유 장관은 "섬과 바다의 여러 환경으로 봐선 그리스 산토리니 등에 못지않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감탄했다.
유 장관은 문화의달 개막 행사 축사를 통해 "오늘 자전거와 요트를 타고 퍼플 다리를 걸어 전기자전거도 타며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며 "군수님이 이 섬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술이 꽃피우는 문화 다양성이 존재하는 섬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대도에 9개 설치 작품을 설치할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 작가를 소개하며 "터렐 작가 작품이 설치된다면 세계의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 신안이 문화로 꽃 피우는 대한민국 최고의 섬 문화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터렐 작가는 "많은 예술가가 빛을 이용하는데 내 작업은 빛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빛 자체가 주는 영적인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섬에서의 작업에 대해선 "한국 전체가 한반도여서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며 "섬은 독립된 공간이고 배를 타고 물길을 느끼며 가는 여정이 중요하다. 스스로 빛이 되기도 하고 물질이 되기도 하는 물은 내게 특별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터렐은 빛을 활용해 공간 예술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작가다. 일본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강원도 원주의 미술관 뮤지엄산에도 제임스 터렐관이 있다. 이곳에 있는 그의 대표작 '스카이스페이스', '호라이즌 룸', '간츠펠트' 등은 빛의 변화에 따라 공간이 변주하는 경험을 안긴다. 지난해엔 방탄소년단 RM이 서울의 한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터렐은 노대도에 설치할 작품에 대해선 함구하는 대신, 작품 세계의 근간인 빛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뮤지엄 산에 가보면 빛이 어떤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빛 자체가 하나의 매스(mass), 덩어리로서 비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많은 예술가가 뭔가를 묘사하고자 빛을 이용하는데, 제 작품이 특별한 것은 빛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빛 자체에 중점을 두면 빛이 가진 영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