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선거구 ‘지각 획정’, 만성화된 국회의 직무유기

법정 시한 6개월 넘겼으나 합의 이루지 못해
춘천시 6개 읍·면·동, 인근지역으로 편입
인구 비례성·지역 대표성 동시에 담아내야

내년 4·10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총선은 각 지역의 첨예한 이해와 갈등을 논리·타당적이고 객관성과 형평성을 담보한 룰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하는 것이 헌법과 공직선거법의 기본 정신이다. 역대 선거에서 항상 반복돼 왔듯이 내년 총선에서도 선거구 획정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전국을 고르게 분할해 각 지역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함에도 국회는 정쟁만 일삼다 시기를 놓치고 있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하는 법정 시한을 6개월이나 넘겼는데도 선거구 획정 기준이 될 선거 제도 개편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거구 획정이 선거에 임박해 결정될 경우 강원특별자치도 의석수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헌법재판소가 시·군 일부를 떼어붙인 선거구 획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다고 판단, ‘춘천 단독 분구’를 통해 9석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강원특별자치도 내 정치권의 노력도 위기를 맞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춘천과 함께 ‘누더기 선거구’가 됐던 전남 순천의 시민단체가 ‘선거구 쪼개기’로 평등권과 선거권이 침해받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3년 만인 지난달 26일 기각했다. 현재의 기형적 선거구가 내년 총선에서도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커지고 있다. 여야는 그동안 선거구 획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원특별자치도에 9석 배정과 춘천시의 자체 분구를 약속해 왔다. 때문에 강원인과 춘천시민 모두는 그것을 믿어 왔으며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믿음의 결과는 황당했다.

춘천시는 25개 읍·면·동 중에서 6개 읍·면·동을 인근 지역 철원, 화천, 양구지역에 나누어 주고 19개 읍·면·동으로 춘천 지역구를 구성하게 됐다. 분할된 지역의 인구수는 5만5,000여명으로 28만5,000여명의 춘천 인구 중 20% 정도를 내어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면적으로 보면 춘천시민들은 전체 춘천지역의 60%가 넘는 구역을 타 지역에 넘겨주게 됐다.

선거구 획정은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 면적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구수만으로 선거구가 정해져서는 안 된다. 특히 농어촌 지역구가 그렇다. 농어촌 인구 감소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한 여야는 정작 20년 넘게 인구 문제를 외면한 채 각 당이 얻을 의석수에만 혈안이 됐다. 선거 때마다 여야 공히 “일단 이번 선거만 넘기고 보자”, “우리 당이 가장 손해를 덜 보는 방안으로 가자”는 기류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그 사이 지방의 지역구는 선거 때마다 쪼개고 붙이느라 누더기가 된 곳이 허다하다.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선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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