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110년만의 귀향]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활용방안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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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활용방안 토론회가 11일 평창군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실록과 의궤 문화컨텐츠화 전략,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체험 컨텐츠 개발 방안, 실록과 의궤 활용 축제화 방안, 문화기획자가 본 오대산사고의 활용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을 모았다. 신세희기자

110년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 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활용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가 지난 11일 문화기획자, IT 개발자, 범도민 환수위원회 관계자 등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열렸다. ‘기록문화도시 평창의 가능성(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대표)’을 비롯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체험 콘텐츠 개발 방안(허준재 (주)보토 대표이사) △조선왕조실록·의궤 활용 축제화 방안(김병철 강원대 강원문화연구소 연구초빙교수) △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사고 활용방안(황운기 문화프로덕션 도모 이사장) 등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 공유와 의견 개진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최종모 강원문화재연구소장

◇최종모 좌장(강원문화재연구소장)=“강원일보, 월정사, 평창군 등을 중심으로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 실록·의궤 환지본처에 대한 노력이 이어졌고 그 결과 110년만에 오대산사고본의 귀향이 이뤄졌다. 이제 이 소중한 문화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평창이라는 한정적 공간, 기록 문화유산이라는 생소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아직 논의의 한계가 많은 상황인데, 오늘 토론회를 통해 오대산 사고본의 의의를 되새기고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발제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대표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대표=“평창은 정책이 요구하는 요건 외에도 문화도시로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기록문화도시’를 구체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평창이라는 도시가 어떤 상징을 갖는 지 살펴봐야 한다. 평창은 2021년 동계 올림픽으로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고, 산촌 고유의 생활 양식도 간직하고 있어 한 가지 테마로 도시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제는 오대산 사고본 환수라는 테마도 가지게 됐다. 자칫 과거에 머물러 있는 도시로 생각될 수 있지만, 과거의 기록은 오늘을 반추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 되어 줄 것이다. 동네 기록소를 만들어 실록박물관에 문화 유산을 보관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평창군민들의 현재를 기록하는 생활문화 사업을 평창의 고유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허준재 (주)보토 대표이사

◇허준재 ㈜보토 대표이사=“실록·의궤, 오대산에 관한 것을 다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예를 들어 월정사 입구나 곳곳에 한자로 적힌 현판을 향해 핸드폰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쉽게 한글로 변환되고 또 그에 대한 설명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욱 AR을 활용한 증강현실 포토존도 생각해봤다. 사진을 찍는 순간 오대산 월정사의 역사와 한 컷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싶었다. 또 이러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축제와 연계해도 되고, 기록문화도시에 대한 연구에도 사용이 될 수 있다. 주제와 시간만 주어진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콘텐츠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김병철 강원대 강원문화연구소 연구초빙교수

◇김병철 강원대 강원문화연구소 연구초빙교수=“가장 고민 되는 부분은 ‘오대산왕조실록이라는 풍부한 역사 콘텐츠가 축제로 활용하기에 적절한가’이다. 문자로 된 자원을 축제로 구현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콘텐츠 속 어떤 부분에 집중해 축제를 진행할지 고민해야 한다. 실록·의궤를 축제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과의 연관성을 살려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역적 요소를 축제에 포함해 주민의 호응을 이끌어야 한다. 또 오대산 사고본 가치를 콘텐츠화해 디지털 자료 생산, 디지털 문화 중심의 흐름에 편승해야 한다. 대부분의 역사·문화 축제는 재연 행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행사의 규모나 참여도 측면에서 재연 행사의 지속은 쉽지 않다. 환지본처라는 역사적 서사를 현대적인 재해석을 거쳐 전시나 공연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한다.”

황운기 문화프로덕션 도모 이사장

△황운기 문화프로덕션 도모 이사장= “박물관과 전시관은 문화행사를 기획하는데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그러나 실록과 의궤는 조선왕조의 다양한 이야기와 그림이 들어 있다는 것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실록과 의궤에 담긴 내용을 재현하는 것 자체에도 큰 가치가 있고 나아가 이러한 것의 현대적 해석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문화행사를 통해 현시대의 실록과 의궤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실록의 포쇄는 고증에 따른 재현도 의미가 있고 나아가 ‘바람을 씌고 햇볕을 보는 일’이라는 의미를 더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평창 오대산의 맑은 공기를 맞게 하고 부처님께 기도하는 행사기획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상설 프로그램과 비상설 프로그램 속에도 방문 목적과 참여자의 성향에 따라 섬세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토론

이재원 2023 궁중문화축전, 정선아리랑제 예술감독

이재원 2023 궁중문화축전·정선아리랑제 예술감독=“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를 축제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기록문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일반 시민들이 실록·의궤에 담긴 시대적 상황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기록 유산은 학자마다 고증이 달라 어려움이 크다. 게다가 실록·의궤에 담긴 내용의 배경은 평창이 아니기 때문에 기록유산이 지역민들에게 어떻게 와닿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실록·의궤를 올해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소중한 유산을 보관하고 있지만, 죽은 공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축제를 일상과 연계해 실록·의궤가 우리의 삶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

이광형 박사 강원대 강사

이광형 박사·강원대 강사=“관람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평창 오대산의 감수성을 축제의 공간으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 축제를 특정 장소만이 아니라 평창의 수려한 장관 등을 축제 공간으로 지정해 관람객이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축제의 공간화에 대해서도 고민해야한다. 외부와 내부의 사람들이 만나기도 하고 실록과 의궤를 찾는 사람들도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서 발전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앞서 가상현실 등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처럼 관광객들이 평창을 지나거나 하는 길목에 가상현실 사이트를 만들어 주의를 끄는 등의 노력을 곁들인다면, 평창 자체가 실록과 의궤를 갖고 있는 기록 문화 축제로 탈바꿈 해나갈 수 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형근 환수위 사무총장

지형근 환수위 사무총장=“앞선 발제들에서 실록·의궤를 활용한 축제의 형태가 과거에 대한 재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는데, 기존의 축제 방식과 미래의 축제 방식이 접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중심의 축제는 자칫 시민들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한 과거에 대한 재연이 동반돼야 시민들이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찬탈과 반황의 역사를 겪은 오대산 사고본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재연 행사는 불가피 하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17년 간 이어진 환수위원회의 환지본처에 대한 노력은 축제로 구현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다. 세계적인 가치를 가진 우리 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실록·의궤를 활용한 축제는 누구나,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리=김민희·김오미기자

※이 기사는 ‘2023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 의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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