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의 A씨는 "원주에 거주하는 딸이 받은 대출 원금과 이자, 연체료로 800만원을 갚으라"는 전화를 받았다. 불법 대부업체 소속 20대 남성은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딸과 통화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은 "오늘 당장 갚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살인적인 고리를 뜯어내는 불법 채권 추심 행위가 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범죄 일당은 대출을 내주면서 받아 둔 채무자의 가족·지인들의 연락처를 활용해 수시로 협박하는 수법을 썼다.
연 5,000%의 고리 이자를 받은 혐의로 강원경찰청에 검거됐던 '강실장 조직' 일당은 최근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줄줄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당장 공과금 낼 돈도 없는 영세 자영업자, 취업 준비생 등을 노렸다. 20만원을 대출해주고 일주일 뒤 38만원씩 상환하는 방식으로 3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겼고, 300여차례에 걸쳐 채무자를 협박했다.
채무자의 근무지와 가족·지인의 연락처가 담긴 전단지를 만들어 "돈을 갚지 않으면 SNS에 뿌리겠다"고 협박하거나, 출산한 채무자에게는 아기 사진을 보내며 협박하고 변제를 독촉했다.
채무자들은 주변인이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것을 못 견디고 대출을 추가로 받았고, 빚이 빚을 낳는 늪에 빠졌다. B(여·55)씨는 25만원을 빌렸다가 3개월 만에 1억 5,000만원까지 채무가 늘었고, 가족·직장동료에 대한 협박을 못 이겨 가출하고 숨어 지냈다. C(여·30)씨는 15만원을 시작으로 한 달 만에 5,000만원을 돌려막으며 유산까지 했다. D(여·27)씨는 25만원을 시작으로 4개월간 협박에 시달리며 빚이 1억 여원으로 늘었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E(45)씨도 40만원을 시작으로 1년간 6억여원을 돌려막기하다 가정이 파탄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불법 사금융 피해 접수 건수는 6,784건에 달했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과도한 추심 행위를 하는 불법 사금융업자들을 '스토킹처벌법'을 적극 적용해 엄단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강원경찰청은 "가족, 지인 연락처 등을 요구하면 즉시 대출 상담을 중단해야 하고,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불법 추심 피해를 겪으면 경찰이나 금감권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