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이하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가 110년만에 고향 땅 평창에 도착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관되는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 원본은 지난 12일 문을 연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하 실록박물관)’ 에서 다양한 주제와 기획을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강원일보는 되돌아 온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기획을 7회에 걸쳐 싣는다.
현전하는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모두 75책에 달한다. 1913년 일제에 의해 약탈 당해 일본 동경제국대(도쿄대)로 옮겨진 788책의 실록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다수 불에 타 소실된다. 가까스로 화마를 피한 27책이 1932년 경성제국대학(서울대) 으로 돌아왔고,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던 47책은 2006년 월정사 등 민간에서 진행된 환수운동 이후 서울대에 기증형식으로 환국한다. 이어 2018년 경매에 출품된 효종실록 1책을 사들이면서 현재의 오대산본이 완성된다. 약탈된 실록 중 10분의 1만 살아남아 고향 땅을 다시 밟은 것이다.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성종실록 9책, 중종실록 50책, 선조실록 15책, 효종실록 1책으로 구성돼 있다. 이가운데 1606년에 재간행된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은 오대산사고본 실록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본(正本) 실록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교정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것이다. 교정본은 폐기가 원칙이지만 임진왜란(1592년) 이후 물자 부족으로 교정본을 그대로 활용하기로 했고, 이를 오대산사고에 봉안하면서 유일무이 한 교정본 실록을 현대에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오대산사고본 실록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을 이렇게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