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경제 상황에 연말 송년회를 취소하거나 간소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월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강원특별자치도 내 외식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상주인력 15명 규모의 A용역업체(원주시 반곡동)는 직원 송년회를 건너뛰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실적이 목표치의 70% 수준에 머물며 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매년 12월마다 대형식당을 빌려 진행했던 회식은 취소하고, 사내 종무식만 진행할 계획이다.
강릉에 거주하는 직장인 고유진(28)씨 역시 연말이면 대학 동기들과 1박2일 송년모임을 가졌으나 올해는 일정을 잡지 않았다. 필수 생활비가 늘며 여윳돈이 부족해지자, 동기들과 합의해 모임을 미루기로 했다. 고씨는 "외식, 쇼핑을 줄였는데도 생활비가 월 10만원 이상 늘었고 비상금은 줄었다"며 "연말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침체된 분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한 곳은 식당들이다. 도내 대형식당들의 경우, 12월 단체예약 문의가 이어져야 하는 시기이지만 예약률이 저조한 상태다.
원주 혁신도시에서 80석 규모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대영(53)씨는 "이맘때면 12월 단체예약이 들어와야 하는데 문의가 하루 1통 정도"라며 "경기가 나빠 12월 회식시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기가 아직 남아있어 예약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와 겹쳐 횟집 사장들의 표정은 더욱 어둡다. 춘천 석사동의 일식전문점 사장 김모씨는 "금요일을 제외하면 12월에도 단체예약이 없다시피 하다"며 "메뉴도 예전에는 고급 코스를 골랐다면, 1만~2만원 더 저렴한 메뉴를 고르는 손님들이 늘었다. 불경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이 가운데 외식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회식 기피 현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도내 외식물가지수는 118.72로 전년동기 대비 5.25% 상승했다. 도내 전체소비자물가상승률(3.7%)을 1.55%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전수원 한국외식업중앙회 도지회장은 "고물가, 경기악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시기 침체됐던 회식문화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불경기를 벗어나기 전까진 외식업체들이 연말특수 효과를 누리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