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5선을 지내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대전유성을)이 3일 탈당했다.
이 의원은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나는 오늘 자로 더불어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로남불과 위선, 후안무치, 약속 뒤집기, 방패 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 배제,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이고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너무나 부끄럽고 양심의 가책이 무겁게 짓누른다"며 "지금의 민주당에 대한 희망과 꿈을 접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의 기대와 노력은 무망하고 무용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행보와 관련해선 "이제 내 정치적 꿈과 비전을 펼치기 위해,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기에 그 터전이 될 수 없는 지금의 민주당과 유쾌하게 결별하고 삽상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의 구체적 행로에 대해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며 숙고한 후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체제를 앞장서 비판해온 대표적인 비명계인 이 의원은 이미 지난달부터 탈당을 예고해왔다.
이 의원이 그동안 국민의힘과 제3지대 신당 합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던 만큼 추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향후 행보에 대해 "현재는 온전한 당이 별로 없지만 신당도 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친화적인 건 민주당을 재건하고 복원하는 움직임이지만, 아직 어떤 곳에 방점을 두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인 꿈을 펼칠 공간이 있고, 날 반겨주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의 세력이 연합하면 제일 좋겠다"며 "양당에 대한 반감이 깊어진 지금 대체 정당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한 "국민의힘에선 아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이준석 전 대표와 금 전 의원, 양향자 의원 등과는 소통하고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주 홍익표 원내대표가 만나자고 해 면담한 자리에서 탈당 의사를 전했다. 홍 원내대표가 만류했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었다고 말했다"면서 "이재명 대표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야 현역의원 중 정치적 노선 문제로 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정계 개편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이 의원이 당을 비난하면서 탈당한 것에 대해 "본인 탈당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당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폄하하고 비난하면서 떠난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그동안 당에 대해서 많은 얘길 하셨는데 스스로를 돌아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옆 지역구(대전 유성구갑) 출신의 조승래 의원은 "국회의원 자리를 연명하고 모로 가도 국회의장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개인의 영달을 위한 탈당"이라고 깎아내렸다.
한 친명계 인사는 통화에서 "5선 정치인으로서 과연 아름다운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100% 국민의힘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추진하는 '슈퍼 빅텐트'에 이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에 기대를 품는 모습이다.
그간 이 의원은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내 정치적 꿈을 펼칠 곳으로 적합하고 나를 반긴다면 간다"고 했던 이 의원은 지난달 21일 지역구인 대전에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주요 당직자는 "이 의원은 지금까지 안 맞는 옷을 계속 입고 있던 것"이라며 "다만 우리 당 입당을 예약하고 탈당한 것은 아니니 본인이 시간을 두고 결정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됐다'는 이 의원 발언을 인용하며 "깊이 공감한다"며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든 정치 후배로서 응원하겠다"고 썼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합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에 대해 말씀드릴 만한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