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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선거구 획정’

1812년 미국 공화당 소속의 E 게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법을 개정해 주 상원의원 선거구를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조정했다. 공화당은 야당에 총 득표수에서 지고도 당선자는 2배 이상 많이 냈다. 한 지역 신문은 새 선거구가 도마뱀(샐러맨더·Salamander) 모습과 같자 주지사의 성(姓)을 앞에 붙여 ‘게리맨더’라고 비꼬았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특정인에 유리한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1954년 하토야마 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는 개헌(자위대 창설 목적) 정족선인 의석수 3분의 2를 확보하기 위해 소선거구제로 바꾸고 선거구를 이리저리 칼질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들끓어 2년 뒤 폐지됐다. 일본판 게리맨더링이다. 아일랜드에선 1973년 당시 지방행정장관이던 제임스 털리가 수도 더블린과 주변지역 선거구를 멋대로 쪼갰다가 실패했다. 아일랜드의 ‘털리맨더링(Tullymandering)’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20대 국회의 선거구 획정으로 최악의 피해를 봤다. 바로 초법적 행태를 저지르며 분구 대상인 춘천과 철원-화천-양구를 한 개 선거구로 묶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탓이다. 분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에 속한 혼란은 4년간 지속됐다. 당시 국회는 ‘하나의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할 수 없다’는 선거법 조항(25조 1항 2호)까지 개정하며 게리맨더링을 자행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춘천을 단독 분구하고, 6개 시·군을 붙여 하나의 선거구로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춘천시 선거구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았지만 무려 6개 시·군(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었다.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선거구 획정은 인구수가 절대 기준이다. 그러나 지방의 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이제는 행정구역, 지세, 교통, 문화, 지역 정서 등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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