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12일 신당 창당을 모색 중인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 "민주당 덕으로 평생 꽃길 걸은 분이 왜 당을 찌르고 흔드나"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치인 이낙연은 검찰 독재와 치열하게 싸운 적 있나. 과연 싸울 생각은 있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신당론은 윤석열 검찰 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고 협력하는 사이비 야당, 즉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전날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이 시대의 과제가 뭔지 알지 못하는 전형적 '사쿠라'"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는 김 의원이 과거 철새 행적을 보였다면서 역공에 나섰다. 김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탈당해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21에 합류했다.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의원은 노무현의 낮은 지지율을 이야기하며 정몽준이 치고 올라와 대선후보가 돼야 이회창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면서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김민새'(김민석+철새)라는 오명을 썼다"고 적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민새'라는 별칭이 붙었던 분이 어느새 완전 친명(친이재명) 전사가 돼 있다"며 '셀프 디스'라고 비꼬았다.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 의원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임을 상기하며 "86 기득권 정치인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애써 눈감는 우리가 부끄럽다"며 "자성보다 비난의 칼을 들이대는 '누구'가 아닌 저 자신이 부끄럽다"고 적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당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제게 노 전 대통령은 '이회창 집권을 막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고 충정이었다'고 자서전에 쓰셨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 선택에는 민주당 정체성을 경시한 방법적 오류가 있었고, 저는 지난 20년간 깊은 반성과 사과를 거듭했다"며 "과거 제 선택을 비판한 분이라면, 백배 더 강하게 이낙연 신당을 비판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돌출한 '이낙연 신당' 가시화에 당내는 계파를 불문하고 극도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비명계 수장격인 이 전 대표의 '마이웨이' 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식 탈당과 신당 합류가 실제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두며 보폭을 넓혀 온 이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창당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새해에는 새로운 기대를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며 창당 시점까지 거론했다.
일단 당내에서는 당장 비명계의 탈당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데다 이 전 대표의 독자 세력화가 여의찮다는 점을 들어 이낙연 신당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함께할 당내 세력은 없는 게 현실 아니냐"라고 말했다.
다만 친명 지도부에 반기를 든 비명계 4인방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추후 독자행동에 돌입할 경우 '이낙연 신당'이 점차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지도부에 당내 민주주의 회복 등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이달 안으로 내놓으라고 못 박은 상태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은 필패"라며 최근 강성 지지층을 향해 비명계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좀처럼 내홍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일단 이 전 대표와 비명계 세력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소통과 통합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지도부 인사는 "이 대표는 진정성 있게 당내 통합을 강조하는 기조를 유지하며 인재 영입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지도부도 현재로선 이낙연 신당 등에 대한 대응 논의는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 3총리(이낙연·정세균·김부겸) 연대설'이 불거지기도 했던 만큼 이 대표는 전직 총리들과의 회동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일대일 만남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20일쯤 두 분(정세균·김부겸 전 총리)과 따로따로 만나려고 한다"며 "이 전 대표는 거부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어 이 대표와의 직접적 소통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