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섬이나 산골에 살아 제때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움직이기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집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편리할 것이다. 온 국민이 스마트폰이 있다시피 한 정보기술(IT) 강국이니 발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제대로 된 시범사업이 펼쳐져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연구원, 강원일보가 지난 19일 강원연구원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강원특별법 발전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즉,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에 포함된 ‘원격의료 및 비대면 진료 허용’ 특례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특히 이날 발제를 맡은 박상용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원도 인구 100만명당 의료기관 수는 564.5개, 전국 최하위로 특례 도입 시 의료 취약지역과 취약계층 의료접근성 향상,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의 증가율을 낮출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물론 원격의료 시행에 여러 난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은 안전성이다. 원격진료는 통신망을 타고 전달되는 수치만으로 의사의 판단이 이뤄진다. 그러나 진단은 환자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필요로 한다. 원격의료로 대면치료를 대체할 경우 합병증 및 부수 질환을 놓칠 우려가 크다. 숫자로 보이는 병만 치료하다 속병을 키워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또한 비용 부담이다. 원격의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 줄 단말기 설치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원격의료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많은 예산이 소요되며 이를 어떻게 감내해 나가야 할 것인지 대안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문제는 의료계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성이 크다는 데 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한데, 원격의료가 이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격의료를 ‘동네의원’으로 한정해서 할 수 있지만 대형병원까지 번질 수 있다. 시골마을의 병원들은 그나마 지리적 접근성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는데, 원격의료는 이들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 수 있다. 이러니 강원특별자치도가 원격의료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그 결과와 평가는 냉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즉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먼저 벌이고, 환자와 주민, 의료진, 관련 업체 전문가들이 참여해 내린 평가를 토대로 문제점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야 한다. 원격의료는 환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IT와 의료·바이오 기술이 융합하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국가적 과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우리는 IT 강국임에도 의료의 상업화 주장에 밀려 원격의료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지 환자들을 위해 이점이 많고 성장 전망이 밝다면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