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4 신년특집 신춘문예]페이스 페인팅 - 동시 장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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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축제에 갔더니

페이스 페인팅을 해줬어요

친구들은

포켓몬 같은 캐릭터를 그리는데

나는 보름달을 그려달라 했어요

할머니가 보름달을 좋아하거든요

병상에 누운 할머니가

나를 이만큼 예쁘게 키워줬으니

이젠 내가 할머니를 안아줄 차례에요

△장은선(68)△속초 生 전 공무원

당선 전화를 받고 보니 멍한 게 어린이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시를 썼는데 몇 년 전부터 동시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동시는 시보다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려웠습니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을 몇 군데 돌아다녀 잘 놀지도 못하고 주로 휴대폰에 의지해 생활합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은 꾸밈없고 순수한 말과 행동을 보여줍니다. 그런 어린이들을 글로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동시를 크게 소리 내어 읽고 음미하는 푸드덕 날아오르는 새처럼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이 멀리 높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건 우리 어른들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시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춘만 시인님 그리고 김종헌 시우와 설악문우회 갈뫼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박봉준 시인과 고성문학회 회원 여러분에게도 감사합니다. 일일이 불러드리고 싶으나 지면관계상 어렵네요. 제 시가 튀어나오거나 움츠러드는 부분을 두들겨 바로 펴주는 제 시의 도반들이지요. 끝으로 부족한 저의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강원일보사에도 두 손 모아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심사위원. 이화주·이창건 아동문학가

동시는 동심이 동심을 향하여 쓰는 시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두 심사위원은 이 명제에 충실하려 했다. 그리고 오늘의 동시가 탐험해야 할 새로운 문을 열 신선한 시인의 탄생을 기대하며 동심이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는지, 동시의 문학성이 어디까지 뻗어 가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271명 응모자의 1,600여편을 보고 또 보았다. 이 가운데 장은선의 ‘페이스 페인팅’을 당선작으로 올렸다.

작품을 읽는 짧은 순간 마음이 따뜻했다. 병상에 누운 할머니를 위해 보름달을 그려 달라는 동심이 아름다웠다. 절제된 9행의 짧은 행간 속에 순진무구한 동심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이 동시의 주제어로 삼은 ‘보름달’은 시인의 문학성을 드러내는 속 깊은 은유의 시어였다. 주제의 명징성에서 다른 작품들을 압도했다. 끝까지 자웅을 겨룬 작품은 ‘노랑별 외계인’과 ‘아빠의 깃발’, ‘아이와 가을 한 조각’, ‘가위가’였다. 대부분 요즘 동시의 경향성을 따라가 신선하고 재미가 있었으나 그 이상의 감동은 공유하지 못했다. 특히 ‘아이와 가을 한 조각’이 참 아쉬었다. 분발을 바라며 당선자에게는 한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화주·이창건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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