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비상이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 건설업계는 금융권의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 압박으로 인한 자금난에다 공사비 상승,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강원특별자치도 내 기관 발주 공공 공사들의 유찰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7일 개찰한 한림대의 ‘강의실/PC실 내 조명 및 천장형 냉난방기 제어공사’는 시공업체를 정하지 못하고 유찰됐다. 입찰에 참가한 2개 건설사 모두 발주기관의 예산을 초과하는 입찰금액을 투찰하면서다.
이에 한림대는 동일한 내용으로 재공고를 낸 상태다. 문제는 대형 SOC(사회간접자본)사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는 데 있다. 제2경춘국도는 2022년 실시설계와 시공을 함께 맡기는 턴키 방식으로 입찰에 부쳐졌지만 시공을 하겠다는 업체가 한 곳도 없어 유찰 사태를 겪었다. 사업이 장기화되며 총사업비는 당초 계획(1조800억원)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사업비 조정에 따른 적정성 검토를 받기까지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강원특별자치도의 사정은 심각하다. 여기에다 미분양 주택 증가, 인구 감소 현상 등으로 시장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건설업계가 큰 어려움에 처했다. 지역 건설업계는 주택건설시장의 장기 침체와 외지 건설업체들의 지역 건설 물량 독식으로 존립 기반을 위협받아 왔다. 대형 건설사업은 자본과 기술력이 앞선 외지 대형 업체들에 일감을 대부분 빼앗겼다. 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에서 나아가 제도적으로 지역건설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한다.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일자리 및 생산유발 효과가 크다. 지역 건설업 활성화를 시장 원리에 맡겨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이유다. 우선 당장은 공사비가 현실화돼야 한다. 그리고 살아날 가능성이 보이는 건설업체는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 건설업계 위기는 주택경기 호황 때 분양가 폭리를 노리고 아파트를 무리하게 많이 지은 업계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하지만 합리적 수준의 금융 지원만 해 주면 살아날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가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우량과 불량의 구분이 모호해진 불확실성 때문에 위기가 증폭됐다.
지금 건설업계는 극약 처방이라도 쓰지 않으면 공멸(共滅)을 걱정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금융 당국은 억울한 업체가 나오지 않도록 기준을 균형 있고 엄정하게 적용하되, 일단 살리기로 한 기업은 강도 높은 자구(自救) 노력을 전제로 다각적인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 은행들이 자금 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멀쩡한 기업까지 퇴출 대상에 올리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자리 창출 및 연관 업종에 미치는 경기 파급 효과가 상당한 건설업계가 무더기로 쓰러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정책은 내용 못지않게 타이밍이 생명이다.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