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강원문화재단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게 생긴 가운데(본보 지난 26일자 2면 보도) 여러 관련 기관이 리스크가 큰 투기성 상품에 혈세가 들어가는 것을 알고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결정 당시 내부 우려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지없이 50억원의 막대한 혈세가 쓰였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원특별자치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강원문화재단은 문제의 ELS 가입 직전인 2020년 12월2일 기금관리위원회를 개최했다.
당시 심의위원인 한림대 금융재무학과 A교수는 ‘원금 비보장형으로 고위험’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측 위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문화재단을 관리·감독하는 당시 강원도 문화예술과장 역시 ‘기금 손실이 오면 큰 문제가 생긴다. 출연기관의 기금을 ELS에 투자하는 곳은 문화재단 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열린 지 한달 뒤인 2021년 1월18일 강원문화재단은 10억원을 농협의 ELS상품에 투자한다. 이 상품은 3년 뒤인 2024년 1월22일 만기가 도래했으며 환급액은 원금의 절반도 안되는 4억4,300만원이었다. 손실률 마이너스 55%으로 5억6,000만원을 날렸다.
신한은행에 투자한 40억원 규모의 4개 ELS상품은 오는 7월까지 차례로 계약이 끝난다.
도민 혈세로 조성된 강원문화재단의 기금은 총 217억원에 달하지만 기금 운용은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다. 명목상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별다른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더욱이 재단에 대한 관리는 도청 문화예술과, 경영평가는 예산과의 권한으로 감독기능도 쪼개져 있다.
김시성 도의원은 “200억원 이상의 기금을 운용하면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재단이 은행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기금운용 심의위에서 위험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그냥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도는 손실에 대한 대책 및 법적 검토 등에 착수했다.
김진태 지사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취임하기 전에 있었던 일로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당시 대표이사의 임기를 갱신하지 않고 교체했다”면서 “대책을 세워나가는 중이며 (배임 등)법적인 검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