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제22대 총선이 끝난지 2주 남짓 지났다.
전국 254개 지역구와 46개 비례대표 의원의 명단이 확정되면서 의석 수에서 압도한 야권(192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개혁신당+새로운미래+진보당)과 그 반대인 여권(108석=국민의힘,+국민의미래)의 움직임 차이가 확연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려고 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조기 전대를 통한 당대표 선출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접전(接戰), 격전(激戰), 선전(善戰) 등 선거의 거의 모든 순간마다 전쟁(戰爭)의 개념을 적용하다 보니, 이러한 결과를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개념으로 연결지으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에 대해서는 전쟁이나 승패의 개념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다. 선거가 전쟁이면 한 나라의 영토 위에 함께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지지하거나 그렇지 않은 진영으로 갈려 그 상대를 '적(敵)'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그러한 적대감은 사회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며 우리 모두를 '패배'한 국민으로 전락하게 할 수 있다. 선거는 우리 국민의 의사에 최대한 일치하도록 국가의 법률을 만들고 고치면서, 정책을 개발할 일꾼을 뽑는 '축제'이지 전쟁이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우리 국민은 이미 건전한 토론을 통한 합의와 논쟁을 통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고,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 사전에 합의한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다수의 횡포 또는 독재로 비쳐지는 순간에는 국민이 반드시 표심으로 징벌하고, 때로는 국가나 정부가 법의 지배를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엔 저항권을 행사해 균형을 잡아왔음을 우리 역사는 증명해왔다. 국민을 믿고, 또 두려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총 투표수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50.5%(1,475만8,083표), 국민의힘은 45.1%(1,317만9,769표)의 총득표율을 보였다. 5.4%차다. 지역구별로 단 한 표라도 더 얻는 경우에 의석을 차지하는 소선거구제의 특징으로 인해 161석이라는 과반을 가져간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러한 전체 득표율 차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다.
반면, 5.4%의 총득표율 차이임에도 전체 의석수 비율에서는 17%차이(더불어민주당 53%, 국민의힘 36%)로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 국민의힘으로서는 실제 전체 표 차이보다 큰 의석수 차이가 억울하게 느껴질 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은 총득표율 차이에서 나타난 전체로서의 반대 지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고, 여당은 총의석수의 차이에서 드러난 상대 진영 지지자의 뜻을 살펴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지위가 스스로 달성한 것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뜻이다. 국민이 하라는대로 하라는 의미다.
이같은 개념은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도 적용돼야 함은 자명하다. 오히려 0.73%(윤석열대통령 48.56%, 이재명 후보 47.83%)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지난 대선이라면 여야 양측은 더욱 겸손히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며 국민의 뜻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첫 회담을 갖기로 한 점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쌓여왔던 갈등을 풀고 민생을 위해 한 마음이 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두 정치인은 모두 '국민행복'이라는 같은 목표만을 기억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