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은 유류분제도를 두고 있다. 유류분제도란 피상속인이 증여 또는 유증으로 자유로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여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근친자에게 법정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법률상 보장하는 민법상 제도로서 1977년 12월 31일 민법개정으로 신설되었다. 취지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도 고려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부분에 관하여 피상속인, 수증자(증여) 및 수유자(유증)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단순위헌결정을 하였고, 유류분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부분과 기여분 관련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배우자나 직계비속 없이 홀로 지내던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평소 자신을 돌봐준 사람에게 모든 재산을 유증하고 사망하였다. 그런데 노인의 형제를 칭하는 자가 갑자기 나타났고 그는 자신의 상속분 중 3분의 1에 대하여 유류분을 주장하여 받아갔다. 수십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던 형제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형제자매는 유류분반환청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자녀들이 부모의 상속재산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일은 더 흔하다. 자식이 여럿이어도 부모 사이 관계나 상호 행태는 제각각이다. 부모 살아 생전 부모를 돌보기는커녕 수십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없이 지내는가 하면 심지어 장례식장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은 자식도 있다. 반면 부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부양하는 자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특정 자식에게 자신의 재산을 모두 주려고 해도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아무리 파렴치한 불효자라 하더라도 부모 사망 후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상속분의 2분의 1 만큼의 재산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비일비재하다. 피상속인은 하늘에서, 효자는 법정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관련 규정이 개정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004조 소정의 상속인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보았다. 개정될 민법은 유류분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법은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상속개시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그 자의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면서도 당해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로 기여상속인이 정당한 대가로 받은 기여분 성격의 증여까지도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개정될 민법에선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상속재산을 두고 형제자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필자 같은 변호사에게는 하나의 일이지만 썩 유쾌한 일은 아니고 당사자들에게도 싸움만이 능사가 아닌지라 소송보다는 가급적 합리적인 선에서 원만한 해결을 할 것을 권한다. 그래도 피를 나눈 형제자매인데 돈 때문에 법정에 서서 원수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의 의중을 잘 헤아려 재산 때문에 형제자매들끼리 불목하지 말기를 바란다. 어버이의 사랑에 비하면 재산은 한낱 서쪽하늘 뜬구름 정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