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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신호등]강원대 총장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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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휘 문화교육부 차장

“강원대가 서울대보다 나은 점이 뭐가 있나요?”

패널의 기습 질문에 순간 답변을 못 잇는 김헌영 강원대 총장의 이마에서 그래픽으로 연출된 땀방울이 솟아올랐다. 지방대의 역할을 설명하는 김헌영 총장을 향한 짓궂은 질문이 쏟아지는 이 자린 지난 5일 JTBC에서 방영된 ‘차이나는 클라스-위대한 질문’ 11회차. 당돌한 물음에 잠시 당황하던 김 총장은 이내 “강원대가 서울대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할 순 없겠지만, 강원대 삼척캠퍼스의 산불 예방 연구와 같이 지역에 특화된 학문에서는 지방대학이 앞서고 있다”며 노련하게 받아쳤다. 난감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김 총장은 연륜이 돋보이는 노련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으로 공감과 감탄을 끌어냈다. 김 총장이 출연한 이날 ‘차이나는 클라스-위대한 질문’을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김헌영 총장은 청년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조명하고 “지방대학을 활성화해야 청년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는다. 지방대 졸업생이 지역에 취업하는 선순환구조만이 소멸을 막는 해법”이라고 역설하며 방송을 마쳤다.

강원대는 한때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되며 거점국립대의 위상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던 시기가 있었다. 2016년 당시 침체에 빠진 강원대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김헌영 현 총장이다. 그는 ‘지역과 함께하는 오픈캠퍼스’ 슬로건을 내세워 거점국립대의 위상 회복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이후 강원대는 혁신과 발전을 거듭했고 대학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대학 선정, 전국 거점국립대 취업률 1위 및 창업지표 1위, 영향력 평가 세계 100위권 및 국내 6위, 베스트글로벌 대학평가 세계 169위 및 국내 3위, 글로컬30대학 선정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김 총장에 대한 대학 안팎의 평가를 종합하면 ‘강원대뿐 아니라 지역 혁신에 앞장선 첫 직선제 연임 총장’이다.

그리고 강원대는 지금, 김 총장의 취임 당시와 같은 혼란에 직면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갈등이 그것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 속에 강원대 대학본부와 의대 역시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 국립대인 만큼 대학본부는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하는 처지이고 의대는 의료계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

대학본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자 의대는 학장단이 앞장서 삭발투쟁을 벌였다. 이후 학생들은 동맹휴학에 동참하며 수업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의대교수들은 3분의 1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 수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강원대 의대는 1997년 개교 이래 국가고시 평균 합격률을 크게 웃도는 짧지만 굵은 역사를 썼으며 지역의료의 거점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당장 다음 달부터는 어떻게 될지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공교롭게도 6월 초 퇴임하는 김 총장의 남은 임기와 겹친다.

2020년 재선을 거쳐 8년간 총장으로 뛰며 굵직한 성과를 다수 남겨온 만큼, 김 총장의 영향력은 임기 말에도 굳건하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에게 부탁드린다. TV에서 보여주셨던 노련함과 연륜을 발휘해 퇴임 전에 의대와의 갈등을 해결해주길 바란다.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해결의 단초를 남겨 차기 총장에게 그 짐을 고스란히 넘기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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