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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가정의 달과 로컬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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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표 강원도립대바리스타제과제빵과 교수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을 맞아 연두의 물결이 천지를 수놓는다. 더하여 사람의 온정(溫情)도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퍼져 가는 시절이다. 제102회 강릉 어린이날 몽글몽글 대잔치에 초청을 받아 무려 5m에 달하는 초대형 케이크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카롱이 알록달록 올라앉았고, ‘날아라 새들아’의 노랫소리와 함께 우리 지역 미래 꿈나무들에게 달콤한 시간을 선물했다.

어버이날에도 효도잔치에 직접 구운 빵을 선물하고 잔치 같은 날을 만들어드린 지 20여년이 지났다. 스승의 날에도 우리 학과에서는 빵 굽는 냄새와 커피 내리는 향기가 그윽하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부터 교육인적자원부 대학혁신사업으로 로컬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사업을 수행 중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강원도 18개 시·군별 상징 ‘로컬 브랜드’에 걸맞은 음료와 빵, 그리고 투어 콘텐츠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양구의 곰취와 박수근미술관, 인제의 황태와 만해마을, 속초의 젓갈과 갯배마을, 양양의 약수와 서핑, 평창의 산양삼과 효석마을, 동해의 허브와 무릉도원, 정선 산나물과 아라리촌, 주문진어시장과 복사꽃마을 모두가 지역의 생태자원과 문화관광자원을 패키지화하여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브랜드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엮고, 생태자원의 보물창고로 만들어가는 일이 로컬 비즈니스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보다 값진 이름표를 붙이고, 보다 향기로운 보물창고를 찾아내어 로컬의 대표 브랜드로 확장시켜가는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거대한 상상력의 무대와 눈부신 콘텐츠를 만든다는 사명감에 도취되어 작업에 몰입하다가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들과 어버이를 번갈아 만나며 드는 생각이 반전이었다. 저 아이들과 가족들이 우리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며 로컬의 향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가장 훌륭한 로컬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쩌면 거대 담론에 매달려 정작 중요한, 바로 우리 주변의 작은 풀꽃이 우주의 근본임을 잊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가장 중요한 어린이와 부모형제, 가족의 텃밭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가꾸는 일. 그리하여 이웃과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평온한 일상. 그 속에 진정한 로컬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지역별 대표 브랜드를 찾아내고, 그것의 이름값에 걸맞은 이름표와 레시피를 구상하느라 이웃의 텃밭에서 자라는 유채꽃의 진한 향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오가며 늘 보던 것들이 보물이었음을, 돌아보니 그것이 마을 텃밭 곳곳에 심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좁쌀 한 알 속에도 우주가 있음을, ‘꾹저구와 저어새의 주고받는 이치’를 송강 정철 선생이 노장의 철학처럼 이름 지었듯이, 아침저녁 드나드는 신리천과 도깨비 촬영지 방파제 사이에 우주가 숨겨져 있었다.

비눗방울 사이에서 찾은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에서 주워 든 작은 풀꽃이 일깨워 준 이치다. 우리 미래는 저들이 꿈꾸는 세상이기를. 그토록 아름답고 해맑을 수 있기를. 그러하기에 오늘도 부지런히 빵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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