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北살포 '오물 풍선' 강원·경기 등 전국서 260여개 발견…軍 당국 수거해 분석

고성·인제·양구에 2차례 재난문자…'물체 발견 시 접촉하지 말아야'
경기도 "軍 요청으로 발송…선택항목 '항공기' 눌러 'Air raid' 첨부"

◇북한이 보낸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경기 파주시와 동두천시에서 발견되고 있다.29일 오전 파주시에서 발견된 풍선 잔해. 발견된 풍선의 잔해에는 쓰레기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봉투로 군 당국은 해당 물질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2024.5.29 [독자제공.]

북한이 보낸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이 강원·경기 접경 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발견돼 군 당국이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이 어제(28일) 오후 9시께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강원, 서울,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오늘 오후 4시 현재 260여 개가 발견됐으며, 현재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살포한 풍선은 길이가 3∼4m에 이르며, 그 아래에 오물과 각종 쓰레기가 들어있는 대형 비닐봉지가 달려있다. 풍선과 비닐봉지를 연결하는 끈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타이머와 기폭장치가 달려 있다. 풍선에서 대남 전단(삐라)이 발견되진 않았다.

합참은 "지상에 낙하한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해 관련 기관에서 정밀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강원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의 논에서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전단 풍선이 발견돼 있다. 2024.5.29 [독자 제공]
◇강원 지역에 발송된 재난문자[안전디딤돌 재난문자 갈무리]

경찰에 따르면 이날 강원도에서 오전 0시 12분 화천과 오전 1시 양구, 6시 13분 철원 2건 등 풍선 잔해 발견 신고가 총 4건 접수됐다.

도는 0시 2분, 오전 7시 46분 두 차례에 걸쳐 고성·인제·양구 등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미상 물체를 발견할 경우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밤사이 떨어진 풍선에는 공통으로 대변 거름 등 오물, 건전지와 신발 조각 등 쓰레기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2016년 차량파손 등 피해가 발생했을 정도로 풍선이 떨어질 경우 위험성이 있어 주민들에게 가까이 가거나 함부로 만지지 말라며 신신당부하고 있다.

파주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인근을 비롯해 성남시 수정구의 아파트, 평택시 사후동 저수지 나무 위 등 경기 북부와 남부에서도 신고가 잇따랐다.

김포시에서도 대남 풍선이 서울과 일산 방향으로 날아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29일 오전 경북 영천시 대전동 한 포도밭에서 북한이 날려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독자제공]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50km 이상 떨어진 경북 영천에서도 대남 풍선 잔해가 발견됐다.

오전 7시 40분께 영천시 대전동 한 포도밭 주인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오물로 보이는 쓰레기가 비닐하우스를 파손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인 밭 주인은 신고 약 10분 전 '쿵'하는 소리를 듣고 밭에 나갔다가 파손된 비닐하우스 옆에서 폐비닐 더미와 오물을 발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당국은 풍선 관련 기술이 발전해 전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풍선을 추가로 수거해 분석할 방침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은 2016년에도 풍선에 오물을 실어 날려 보낸 적이 있다.

29일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보이는 풍선 90여개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는 땅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계속 비행 중이다. 2024.5.29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편,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와 관련한 재난문자가 경기지역 13개 시군에 한밤 중에 발송되며 해당 지역 주민들이 놀라는 소동이 빚어졌다.

특히 재난문자에 영문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 경보)이 함께 보내지며 용어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안양 수도군단의 요청에 따라 도 비상기획담당관 민방위경보2팀에서 전날(28일) 오후 11시32분께 파주·고양·연천·의정부·포천·남양주·동두천·양주·수원·오산·평택·용인·안성 등 도내 13개 시군에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 [경기도]'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냈다.

◇북한이 살포한 전단(삐라)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뒤 경기도 지역에 발송된 재난문자가 한밤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29일 경기도 일부 지역에는 전날 오후 11시 34분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 [경기도]"라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2024.5.29 [독자제공]

수도군단에서 대남전단 추정 미상 물체(풍선)가 식별됐다고 알려와 풍선의 이동 경로에 해당하는 13개 시군에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했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 따라 군 관련 재난의 경우 군에서 경기도에 알리고 경기도는 해당 지역에 재난문자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재난문자의 내용 중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표현이 모호한데다가 'Air raid'(공습)까지 포함되며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의아해하면서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수도군단에서 전날 오후 10시47분께 북한의 대남전단 '관심' 단계와 관련한 통화를 했고, 이어 11시가 넘어 수도군단에서 문자 발송이 필요하다고 해 내부 검토를 거쳐 재난문자를 보냈다"며 "문자 내용은 군 측이 보낸 내용을 거의 그대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난문자의 영문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붙는다"며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등을 위한 것인데,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를 감안해 선택항목의 '항공기'를 넣어 영문 'Air raid'가 따라갔다"고 덧붙였다.

선택항목에 항공기 외에 탄도탄, 정찰위성 등이 있는데 항공기가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에 근접하다고 판단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도 안전관리실 관계자도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른 문자 발송이라 경기도에서 군이 보낸 내용을 가감할 수 없지만 이번 경우에는 'Air raid'가 어울리지 않는 만큼 이를 개선하거나 구체화한 다른 용어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진 만큼 이번 재난문자 발송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다수 올라왔다.

29일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보이는 풍선 90여개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는 땅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계속 비행 중이다.사진은 2016년 북한이 대남풍선으로 살포한 오물봉투. 2024.5.29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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