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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피플]"의사의 선생은 환자" 강원대서 진료 시작한 신희영 서울대 소아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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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에서 30여년 진료 소아암 대가
"강원지역 어린이 진료 강화 노력 필요"

한국 소아과학의 대가인 신희영 서울대 소아과학교실 명예교수가 최근 강원대 어린이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신 교수는 의대생이라면 모두 보는 소아과 교과서 '홍창의 소아과학'의 의 편저자로, 서울대병원에서 30여년간 교수로 근무하며 소아암 어린이들의 버팀목이 돼 왔다. 이제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강원대 어린이병원에서 진료한다. 강원지역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강원대에서 '새 역할'을 시작한 신 교수를 지난 12일 강원대 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강원대에서 진료를 하게 됐나="소아암 전문의가 없어 서울까지 원거리 통원하는 강원지역 어린이들을 직접 진료하고 싶어 왔다. 그동안 강원지역 소아암 어린이들은 지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서울의 대형 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다. 소아암 치료 과정을 생각하면 어린이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다. 부모가 함께 병원에 가는 소아 환자 특성상 부모가 직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봤다."

■새로운 환경에서 진료를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텐데="강원대병원과 국립암센터가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있어 가능했다. 국립암센터의 지원을 받아, 소아암 전문의가 없는 강원지역 어린이들에게 진료 환경과 연계 치료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셈이다. 각 지역에서 소아암 환자 진료를 위한 여러 노력이 진행중인데, 강원지역은 아직 잘 갖춰지지 않아 안타깝다. 지역사회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강원대 어린이병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큰 어린이병원이다. 지역 기업이 후원하고, 시민들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어려운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프로젝트 등을 함께 해 볼수 있다. 치료 차원에서는 의료기관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소아암 어린이들은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방사선조사혈액'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혈액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강원대병원에서 가능한 기관은 일부 상급종합병원 정도다. 자체적으로 이와 같은 치료도 가능하도록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모든 의료진을 교육하고 준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일 아닌가."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환아와 부모의 불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맞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만으로는 안 되고, 모든 직군이 교육을 받고, 어린이들이 서울에서 받던 고난이도 치료를 연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학회 차원에서는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들을 위한 세션도 준비돼 있다. 이런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속적으로 교육수준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소아환자는 잘 돌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역 의료기관이 살던 곳에서 이동하지 않고도 성장과 치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의료기관간 연계로 이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료실 밖에서는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휴진 논란이 뜨겁다="의사의 선생은 환자다. 교과서가 좋은 의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환자는 나를 좋은 의사가 되게 해주는 선생이다. 그런데 선생을 만나지 않겠다니, 잘못된 생각이다. 내 진료실은 휴진하지 않는다. 내 힘이 닿는 한 여기서 계속 환자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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